물건 강매·밀어내기에 욕설과 조롱···가맹점, 대리점 불공정 갑질 피해 심각

본사와 가맹점·대리점 관계에서 가맹점·대리점은 '을'의 입장이다. 그러나 을의 가맹점·대리점이 불공정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본사의 갑질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과 입법이 요구된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민병덕‧윤영덕‧이동주 국회의원은 26일 '을(乙)들의 아우성, 제2회 가맹점·대리점 불공정 피해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을(乙)들의 아우성, 제1회 스타트업 기술탈취·아이디어 도용 피해 증언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증언대회는 김남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이차돌 가맹점주,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 아디다스 가맹점주, 쿠쿠 대리점주, 주한서 전 지푸라기 상담센터장이 가맹점‧대리점 불공정 피해를 소개했다.

또한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이 가맹사업 현안·제도개선 과제에 대해, 김정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이 대리점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도 참석, 의견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먼저 주한서 전 지푸라기 상담센터장에 따르면 대리점의 갑질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L사는 소매대리점 활성화 정책을 명분으로 계약 부당해지, 사업활동 방해, 제품 구매 강요 등을 일삼았다. P사는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사업종료를 선언, 피해를 입힌 뒤 이후 영업 정상화를 빌미로 밀어내기 등을 단행했다.

실제 가맹점·대리점주의 증언은 갑질 피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차돌 가맹점주는이차돌 본사가 주력상품 차돌박이를 시중가보다도 비싸게 공급, 유통마진을 과도하게 취했다고 밝혔다.

이차돌 가맹점주는 "개업 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운영이 어려웠지만, 본사는 필수물품을 사용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할 뿐 운영상의 어려움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는 투썸플레이스 본사가 CJ에서 사모펀드로 인수된 후 영업난을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보통 프렌차이즈에서 3퍼센트 수준의 차액가맹금(프랜차이즈 본사의 물류 마진)이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7퍼센트 수준으로 2배 이상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온라인 쿠폰을 과도하게 남발, 차액을 가맹점주가 부담함으로써 피해를 가중시켰다고 호소했다.

아디다스 가맹점주는 "아디다스 본사가 매장 리뉴얼을 강요, 대출까지 받아 인테리어 재공사를 시행했다"며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장 매출이 급감하자 본사 측의 페널티가 누적되고 빚과 재고만 쌓여 가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결국 페널티를 견디지 못해 거래 중단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고, 건물까지 경매에 넘어갔다는 것이 아디다스 가맹점주의 사연이다.

쿠쿠 대리점주는 쿠쿠 본사의 대리점 고사 실태를 증언했다. 쿠쿠 대리점주는 "쿠쿠 본사 요구에 따라 입지가 좋은 곳으로 점포를 이전한 뒤 리뉴얼 인테리어 공사까지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쿠쿠 본사가 대리점 인근에 직영점을 출점하거나 제품을 대리점 공급가보다 싸게 온라인으로 공급, 대리점을 고사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본사의 갑질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무엇일까?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가맹사업 영역에서 불공정 문제는 단순히 자율과 상생이란 허울 좋은 말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사전예방에 중점을 둔 제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정책위원장은 가맹사업 분쟁의 근본 원인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힘의 불균형 그리고 이로 인한 수익 배분 왜곡을 꼽았다. 또한 기존 가맹사업법 틀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종속 자영업자 확대 문제도 지적했다.

이에 박 정책위원장은 해결책으로 ▲종속적 자영업자 보호·지원 일반규범 마련 ▲거래조건 협의 요청 시 협의 의무 ▲가맹점주 단체 구성 등록제, 부당 필수물품 강요 금지 제도화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제한 삭제 ▲가맹지사 보호 범위 확대 ▲영업지역 범위 온라인 확대 ▲가맹금 정의 규정 명확화 등을 제시했다.

김정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전통시장의 변화로 기존 대리점 중심의 유통망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리점의 단체 협상권이나 계약갱신요청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대리점의 권한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리점 거래의 동등 지위 보장 ▲대리점 계약 해지 제한 ▲대리점 단체의 교섭권 보장 등 대리점 보호제도가 필요하고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