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이스크림, 편의점·빨래방부터 라면가게까지 늘어나는 무인점포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최근 공공요금까지 잇따라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무인점포 운영이 늘어나고 있다.

29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숙박·음식점업 등 소상공인 1천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실태조사’ 결과, 자영업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비용은 대출 원금과 이자가 52.2%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하락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늘면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 97.4%는 부채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구인난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경영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줄이거나 혼자 영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종업원을 두지 않고 ‘나 홀로’ 일한 자영업자는 426만7천 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46만8천 명)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16일 발표한 ‘창업계획’ 설문조사를 봐도, 남녀 직장인 406명 중 76.8%가 창업 의지를 밝힌 가운데 자판기·무인점포 사업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12.6%를 차지했다.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는 데다 인건비 등을 충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아예 점원을 두지 않는 무인점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동네에서 무인 편의점과 빨래방, 카페, 라면가게,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산시에서 무인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고정비용이 꽤 나가긴 해도 인건비 안 들고 하루 2시간 정도 관리하면 돼서 한숨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경기가 불황인데다 최저임금도 오를 예정이라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난도 심하고 전기요금 등 운영비용이 늘면서 도내에서도 결국 무인점포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예전처럼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면서 "비용면에서 효율이 높고, 수요 측면에서도 옛날보다 무인점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용이 많아졌다. 앞으로 더 많은 업종의 무인점포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