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상·나쁜 관상, 따로 있을까?

관상(觀相) 고서(古書)를 보면 좋은 관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코끝이 둥글면 부자가 된다. 이마는 넓고 깨끗한 게 좋다. 입꼬리가 올라가면 귀하다. 피부는 두툼하고 탄력 있어야 좋다' 등 이런 식으로 좋은 관상, 부자 관상을 설명한다. 이 중에 특히 코를 부(富)의 상징으로 여긴다.

반대로 나쁜 관상으로는 '코가 뾰족하거나 콧구멍이 훤히 보이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가난을 면치 못한다고 묘사한다. 또한 '입이 얇고 입꼬리가 내려가면 흉하다', '피부가 얇고 턱이 짧으면 천(賤)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한 부자들의 관상을 보면 고서의 이론과 다른 부분도 흔하다. 특히 서양의 부자들은 관상 고서에서 말하는 '부자 관상'과 상이한 요소가 많다. 동양인을 기준으로 관상 이론이 태동했기 때문이다. 현대인 중에서는 관상 고서의 이론과 달리 코가 살이 없고 뾰족하게 생겨도 부자 된 사람이 많다. 입꼬리가 내려간 사람 중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도 많다. 이렇듯 관상 고서 이론에만 얽매여 있으면 현대인들의 관상을 제대로 관(觀)하지 못한다.

그럼 '부자 되는 관상'이 따로 있을까? 필자는 '부자가 될 씨앗을 지닌 관상은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관상은 제각각 달라 부자 되는 관상을 몇 가지로만 분류할 수는 없다. 즉 부자 될 가능성을 지닌 유형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수없이 많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크게 부를 이뤘던 인물 중에서 서로 상이한 형상을 지닌 대상을 비교해 보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미국의 기업인이자 투자자다. 안목(眼目) 높은 인물로 유명하다. 2023년 세계 부자 순위 5위의 인물이다. 워런 버핏은 관상 고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부자 되는 관상'을 지니고 있다.

워런 버핏의 이마는 넓고 깨끗하다. 재물, 명예가 가득하다. 코는 현담비(懸膽鼻)다. 현담비란 '코끝이 쓸개를 거꾸로 매단 것처럼 둥글둥글하고 두툼한 코'를 말한다. 재물이 가득한 코로 여긴다. 워런 버핏의 귀(耳)는 존경받는 복귀다. 또한 법령(팔자 주름)이 좋아 안정 속에 사업이 지속된다. 턱에도 재물이 가득해 말년까지 풍요롭다.

반대로 중국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의 관상을 보자. 마윈은 관상 고서에서 흉한 관상으로 분류되는 얼굴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전혀 부자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빈(貧)하게 보이거나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 같다는 사람도 있다.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관상이다. 필자에게 '마윈이 좋은 관상이냐', '어떻게 저런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냐'고 물어본 사람들이 많다. 마윈은 어떻게 한때 세상을 풍미한 부자가 됐을까?

마윈의 관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관인팔법(觀人八法)을 제시한다. 관인팔법은 사람을 여덟 가지로 분류하는 상법(相法)이다. 마윈은 그중에 고괴지상(古怪之相)에 속한다. 한마디로 '기이하고 괴상하게 생긴 상'이라고 해석한다. 고서에서는 고괴지상을 천하고 흉한 관상의 대명사 중 하나로 분류했다.

그러나 고괴지상이라고 해서 모두 흉한 관상이 아니다. 필자는 마윈의 관상을 높이 평가한다. 형상은 기이하지만 누구도 갖지 못한 특별함을 지니고 태어난 인물이 마윈이다. 마윈은 비상한 안목과 재주를 지닌 인물이다. 맨주먹으로 중국의 거대 기업 알리바바 그룹을 창업했다. 마윈은 신묘한 재주로 한때 세상을 크게 풍미한 것이다.

마윈의 관상을 보면 '모' 아니면 '도'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의 관상 속에는 독(毒)이 내재된 채 그 독과 운명을 함께하는 인생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몇 년 전 칼럼에서도 '자신의 재주를 믿고 함부로 행동하면 위험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극단적인 삶이 전개될 수 있고,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관상인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신묘한 재주를 지닌 사람은 하늘과 상대해야 하는 법이다. 인간과 싸우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천(天)과 다투는 것은 곧 죽음이다. 재주를 남발하면 안 되는 이유다. 갑자기 불어 닥치는 돌풍 속에 휘말려 하늘 높이 솟구치다가 끝 모를 곳으로 날아가 추락한다.

이런 인물은 추락하면 다시 올라가는 길이 험난하다. 인생이 롤러코스터다. 마윈은 결국 자신의 언행 때문에 고난을 맞았다. 이런 관상을 지닌 인물은 큰 부자, 큰 권력을 쥘 수 있으나 말과 재주를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도'가 아니라 '모'의 시간이 길게 이어진다. 만약 마윈이 타국으로 망명한다면 재기의 빛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부자 관상, 성공하는 관상은 관상책의 이론대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관상 고서에서 묘사한 부자 관상을 지닌 사람도 있고, 관상 고서에서는 흉하거나 천하다고 묘사한 관상이지만 큰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부자 될 기회가 있다.

이목구비 중에 단 한 부위라도 크게 좋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신체 중에 어느 한 곳이라도 복(福)이 깃들어 있으면 부자 될 수 있다. 말을 예쁘고 복스럽게 해도 성공할 수 있다.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우면 누군가 반드시 알아보고 행운을 준다. 걸음걸이가 아름다우면 귀한 분이 뒤돌아보는 법이다. 못생겼어도 정신이 맑고 뚜렷하면 스스로 부자 된다.

작은 성공, 작은 돈은 미리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짐작하기 힘든 권력, 셀 수 없는 돈은 시기가 맞아야 이룰 수 있다. 그 시기를 아는 눈을 지녀야 한다. 이론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큰 세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돈은 사람의 외모, 외형을 구분하지 않는다. 책을 놓고 고개를 들어 책 너머에 있는 세상의 이치를 헤아려야 한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