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독자적인 창업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동창업으로 수익을 높여보려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작년 말부터 거의 전 업종에 걸쳐 매출이 계속 떨어지자 심각한 창업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 공동으로 점포를 얻어 창업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동업은 부자지간에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통념을 깨고 창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제도를 도입한 일부 대기업에서도 전직(轉職)이 어려운 무경험 퇴직자들에게 공동창업을 주선해 주고 있는데 KT는 공동창업자 수가 120여명이 넘어섰고 국민은행과 제일제당 등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같이 일해 오면서 서로의 강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불협화음의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인맥(人脈)이 아닌 업맥(業脈)으로 뭉친 경우도 있다. 사업아이템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보고 동업을 한 경우인데 서울 강남의 󰡒도도리󰡓(www. dodoriyaki.co.kr)라는 꼬치구이 전문점은 창업비 6,400만원을 3명이 공동으로 투자하여 창업해서 월평균 26%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달에는 450만원의 수익을 150만원씩 나눠 가질 만큼 안정권에 들어섰다. 서울 양재동의 시푸드 전문점인 󰡐바닷가 이야기󰡑(02-584-1991)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반찬전문점 󰡐장독대󰡑(02-598-8600)도 3~4명이 공동창업해서 월평균 2백여 만원씩 벌고 있다.

아예 공동창업자들만 가맹점으로 접수하겠다는 회사도 있다. 하우스맥주전문점인 󰡐아델 브로이󰡑(02-3444-3895)라는 회사인데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이러한 창업모델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맥주전문점은 일손이 많이 가는 업종인데다 점포크기에 비례해서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같이하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가맹하려는 입장에서도 잘만 하면 일손도 덜고 1천만원 정도의 소액투자만으로 큰 점포를 운영할 수 있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추세다. 투자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면서 기존 점포들의 수익률이 30% 수준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창업자들이 관심을 두는 이유다.

-다음호에 계속

이렇게 공동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는 배경에 대해 공동창업을 전문으로 주선하는 밝은미래컨설팅(www.franbiz.co.kr)의 이종은 소장은 󰡒임대료가 올라도 너무 올라서 일반인들이 좋은 곳에 가게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식음료사업에서는 대형점포가 대체로 잘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외식업이나 주류판매업, 프랜차이즈 신업종 런칭 등에서 공동창업 사례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맹신하는 건 위험하다. 서울 삼성동의 한 참치전문점은 한 컨설팅업체의 주선으로 4억여 원을 들여 공동창업을 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설렁탕전문점으로 바뀌었고 강북의 한 치킨호프점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도로 공동창업을 했지만 오픈한지 불과 8개월만에 투자한 대가를 얻지 못해 문을 닫았다. 입지분석에 대한 오류와 동업자 상호간 불신이 실패한 이유로 나타났다. 사전에 타당성 검토와 신뢰 확인을 충분히 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동창업에 참여했다가 동업자들끼리 능력의 차이로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인천의 송 모씨(38)는 󰡒공동으로 투자했다고 꼭 경영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능력 있는 한 두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이 나을법했다󰡓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공동창업󰡑과 유사한 투자모델인 󰡐창업펀드󰡑를 모집하는 업체도 여럿 등장했다. 󰡐공동창업󰡑은 근본적으로는 동업형태지만 컨설턴트나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의 지도를 받아 소로창업보다는 다소 유리한 환경에서 경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창업절차상의 문제, 예컨대 입지선정, 업종선택, 동업조건합의 등에 대하여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동업을 주선 받아 창업할 수 있다.

반면에 󰡐창업펀드󰡑는 자금운용회사가 창업자금을 투자 받아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직접 투자하여 전문경영인으로 하여금 운영케 해서 그 수익을 분배해 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직접 운영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며 분기, 혹은 연간 수익금만 지분만큼 배당(Share)받으면 된다.

일부 컨설팅업체나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이런 창업펀드를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로는 법적인 문제가 없긴 하지만 자칫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투자하기 전에 금융감독원이나 펀드전문 변호사에게 상담한 후에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형석

비즈니스유엔 대표 컨설턴트www.busines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