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수많은 기업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살아왔다. 단순하게는 에디슨이 발명한 조명 아래에서 레이 크록이 만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말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새삼스레 '기업가 시대'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플랫폼(Platform)이라는 강력한 새 땅의 등장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나 마크 주커버그(메타 창업자), 스티브 천·채드 헐리·자베드 카림(유튜브 창업자) 같은 기업가들이 공장이나 창고, 거대 유통망 하나 없이 플랫폼이라는 땅에 그들만의 유니버스(Universe)를 건설했다. 노트북 하나로 기업가가 유니버스를 제작, 무료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세상이다. 어쩌면 우리는 육체만 물리적 공간에 있을 뿐 스마트폰 속 세상을 훨씬 실감 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기업가는 사용자를 초대하고 머물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권위를 얻고 부를 축적한다.

기업가 마인드를 갖추라는 것은 기업가들이 만들어 놓은 유니버스에 잘 적응하는 마인드를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만의 유니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마인드로서의 기업가 마인드를 갖추라는 의미이다. 독점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신대륙이 주는 무한한 기회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집안 환경, 학벌, 나이, 성별 등 한계의 영역을 뛰어넘어 누구나 기업을 일으킬 수 있고 그에 따른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 셈이다. 대표적 예시가 바로 유튜버다. 예전에는 생소했던 유튜버라는 직업은 크리에이터라는 선망의 대상으로 재탄생, 유망받는 직종 중 하나가 됐다.

이러한 기회의 시대에서 어떠한 마인드를 가질 때, 새로운 부와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는 주요한 이슈다. 기업을 만든다는 것, 즉 창업한다는 의미는 구체적으로는 브랜드(Brand)를 만든다는 의미이며 궁극적으로는 나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한다는 의미이다. 유니버스가 궁극의 비전이라면 브랜드는 미션(Mission) 정도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브랜드를 통해 유니버스로 완성된다.

브랜드는 노르웨이의 고어 '태운다'라는 뜻의 'brandr'를 어원으로 한다. 중세 유럽에서 가죽이나 나무에 불로 낙인을 찍어 정체성을 전달하는 의미였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을 뿐 이미 브랜드를 해 본적이 있으며 지금도 브랜딩하고 있다. 일례로, 나는 어떠한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며, 어떠한 가치관을 지니는지 등 정체성을 갖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외형을 갖추고 옷차림을 하며 '이것이 나다운 것이야' 라며 나다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심지어 나의 정체성이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가명을 쓰거나 개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 정체성을 타인에게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인식시키는 작업, 넓은 의미의 브랜드 작업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이수진 야놀자 대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 등 2000년대 이후 성공한 기업가들 50인의 기업가의 마인드를 종합 분석하면 총 7가지로 도출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마인드는 '자신 자각'이다.

그 이유는 내가 하고자 하는 기업은 곧 나의 반영된 모습이며 그것이 브랜드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기업가 마인드의 시작은 단순 제조와 판매를 넘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그 정의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가시화시킬 것인가 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고은희 순천향대 컨버전스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