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여 3년 이렇게 버티기 [5편]

저녁식사를 막 하려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누구십니까?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하세요!"

"……."

직감적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회사에 무슨 일이…. 불길한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형, 큰일 났어! 공장에 불이 났어! 워낙 불길이 강해서 소방관들도 손을 못 쓰고 있어!󰡓

동생 영광이가 눈물에 잔뜩 젖은 목소리로 힘들게 말했다.

이렇게 해서 그의 모든 희망과 노력이 잿더미로 변했다. 하나도 남은 것 없이 깡그리 재가 되어 버려 간간히 피어오르는 희뿌연 연기뿐, 당시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시련이었다.

그때가 1994년 9월, 범진산업이라는 인쇄업을 4년 전 시작하여 이제 막 기틀이 잡혀갈 쯤이었다.

충남 논산 농촌마을에서 4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고영만씨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간신히 나올 정도였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는 집안을 돌볼 형편이 못 됐고, 5남매를 키우시느라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마다 않고 식구들 끼니 걱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롯데알미늄 연구실로 들어가 10여 년간 평사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했던 일은 제품 포장재 연구였는데 거래처에서 특정제품을 포장하는 데 필요한 의뢰가 들어오면 포장재의 가스투과도, 보존기간, 햇볕 노출, 충격 흡수, 포장기법 등을 설계하여 적정포장재 개발과 품질관리 업무를 맡음으로써 포장재료, 인쇄, 포장 관련 업무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창업동기

고등학교 졸업자인 고영만 씨는 직장생활 속에서 발전 속도가 느렸다. 우선 업무 숙달이나 성취는 직장 동료들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으나 급료는 대학을 나온 타 동료에 비해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회사 내 진급이나 업무에도 더 이상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월세 단칸방에서 집사람과 아들 2, 동생 2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비좁은 공간에 도저히 살 수 없어 고민하고 있던 중 장모님 권유로 처갓집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 당시 15만원의 봉급으로서는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4식구가 입에 풀칠하기에도 부족했다.

󰡐가난이 나의 숙명인가? 이대로 사는 것이 행복인가?󰡑 번민이 많을 때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신앙심이 남달리 깊었던 고영만 씨에게 수정교회 조일래 목사님의 조언이 있었다.

󰡒이제 때가 됐습니다. 큰 그릇에 큰 물을 담을 때가 됐습니다. 사업을 하십시요.󰡓

목사님의 이 말씀은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내던 고영만 씨에게 희망을 등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