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음의 2가지 사례를 비교해 설명하고자 한다. 서여의도 지점은 점심시간대를 전후해서 20~30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저녁 6~7시에 다시 정점을 이룬다. 다른 시간대에는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어서 한적한 느낌을 준다. 전형적인 오피스가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일에는 북적북적 하지만 주말이 되면 공동화가 일어나 한산한 느낌마저 준다.

반대로 이화여대 지점은 오후 4시 이후부터 사람들이 증가하다가 저녁 6~9시까지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진다.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의 젊은 층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율이 많은 편이다. 전형적인 시내중심가의 특성을 보여준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인파가 줄지 않는다.

물론 서여의도 지역과 이화여대 지역은 잘되는 업종과 안 되는 업종의 차이가 분명하다. 서여의도 지역의 경우에는 점심시간대 식사와 저녁 술자리를 겨냥한 외식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유흥업종도 성업을 한다. 반면 이화여대 지역은 소매업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종,

패스트푸드와 분식업종이 강세를 보이게 된다. 서여의도 지역은 식사시간대가 일정하지만 이화여대 지역은 특정 시간대가 없다. 서여의도 지역은 단체회식이 많지만 이화여대 지역은 2~3명 정도가 일행의 전부이다. 직종도 상이하다. 서여의도 지역은 셀러리맨이지만 이회여대 지역은 학생층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주머니사정도 판이하다. 이처럼 인구의 성향과 상권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어떤 연령층이 지배하느냐에 따라 업종의 성패가 결정된다.

유명 먹자골목에 제과점이나 주얼리전문점이 들어선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당연히 영업실적은 저조하다. 근본 원인은 주력 소비층의 활동시간대와 영업시간대의 연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먹자골목은 퇴근시간대 이후부터 성업을 하지만 제과점이나 주얼리전문점은 주간시간대에 판매의 대부분이 일어나기 때문에 고객의 관심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봉역에 위치한 DIY선물용품점의 성공사례를 보자. 지하철 7호선 상봉역은 망우로와 연결되어 강남지역에서 퇴근하거나 쇼핑을 마친 인파가 반드시 환승해야 하는 마지막 정류장이다. 이 가게는 바로 버스로 환승하는 승차장과 인접해 있는데, 주간시간대에는 한적한 느낌이 들지만 오후 5시 이후부터는 여느 시내중심가에 견줄 수 있을만큼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특히 20대 전후의 젊은 여성층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예상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선물을 하기 위해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상품을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 성공의 계기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인구의 성향은 상권의 특성을 반영하는 주된 배경이 된다. 쇼핑센터 주변에는 주부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하게 이루어져 주간시간대에 판매의 중심이 되는 업종이 성업을 하게 된다. 청소년층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은 오후 4시 이후부터 저녁 9시까지가 피크타임으로 주말에도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상권과 쇼핑거리와의 상관관계

입지이론(location theory)에서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쇼핑거리이다. 산업입지에서는 생산지와 시장과의 거리가 중요하듯이 서비스업의 입지요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고객이 방문하는 거리이다. 최근에는 자가용이 발달하여 거리개념이 희석되고 있지만 가장 일차적인 통행수단은 도보이다. 창업컨설팅 전문기관인 비즈니스유엔은, 1차상권을 반경 350M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도보로 방문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3~7분 이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간대를 초과하게 되면 육체적인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다시 왕복으로 되돌아가는데 따르는 부담 때문에 쇼핑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객 시설을 중심으로 가능한 인접한 점포를 구하려고 한다. 정류장이나 횡단보도, 공공시설, 금융시설, 학교, 아파트단지, 위락시설 등 고객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려는 시도가 치열하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모든 업종이 동일한 거리개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쇼핑거리가 짧아야 유리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멀수록 유리한 업종도 있다. 객단가가 높고 이용시간대가 긴 상품 혹은 메뉴를 취급하거나 맛이나 상품의 질보다는 쾌적함이나 정서적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은 오히려 방문거리가 멀더라도 방문을 꺼리지 않는다. 일식이나 카페, 근교 전통음식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가격에 재화와 용역을 거래하게 된다. 생산자(혹은 판매자)는 가격에 의해 생산량(판매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가격은 생산원가와 이윤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생산원가는 다시 생산에 필요한 노임과 원자재구입비, 시설유지비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요인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자(판매자)는 생산지로부터 상품을 운송하는 운송비의 절감에 전적으로 의지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생산자는 운송비용의 폭에 따라서 상권의 넓이가 정해진다. 마찬가지로 판매자나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른바 교통비용의 여하에 따라서 상권이 결정되어 진다. 교통비를 지불함에 따르는 경제적 효용가치가 균형점을 이룰 때까지 해당 점포를 방문하지만 편익보다 손실이 커지면 다른 점포를 방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점주가 선택해야 할 방법은 2가지로 교통비용의 절감 대신에 다른 편익을 주는 방법(예를 들면 인테리어를 바꿔 새로움을 준다든지, 사은품을 준다든지)을 취하거나 주차장을 확장하여 자가용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판매가격을 낮춘다면 상권의 범위가 확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입비용을 낮추지 않고 자신의 마진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가맹점사업자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와 같이 쇼핑거리와 상권은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으며 반드시 점포설계를 함에 있어서 고객의 교통비용을 함수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이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