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여 3년 이렇게 버티기[6편]

실패와 시련을 딛고 다시 서다

ßö 창업

고영만씨는 무조건 사표부터 먼저 냈다.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골똘히 생각했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성실히 일해 왔던 첫 직장에서 재직 중 관심이 있었던 인쇄업이 생각났다. 독립하면 일거리를 주겠노라고 약속한 분도 계셨다.

여기저기 찾아다닌 끝에 수원에 990㎡(300평) 규모의 임대 공장을 얻기로 했다. 그러나 사업을 하겠다는 열정뿐, 가진 돈이 수중에 1,000만 원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투자하겠다는 친구를 찾았다. 그는 모두 1억 1,000만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의 70%를 요구했다. 돈이 없던 고영만씨는 달리 방법이 없어 동업을 수락했다.

ßö 동업 파탄

성실히 일한 덕분에 일거리는 적잖게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가 조금씩 자리 잡아갈 때 쯤 친구가 투자금을 슬금슬금 회수해 가더니 1년 사이에 4,700만원을 가져가고, 동업을 그만 두겠다며 1억 1,000만원을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

그간 회수해간 돈은 투자금에 대한 이익 지분이라며 생떼를 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주고 나니 빈털터리가 되었다.

다행히 원지를 납품하던 두 분 사장님의 도움으로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웠고, 각 구매선에 대금 지급을 2개월 늦추는 양해를 구해 운영상의 숨통을 트게 되었다.

ßö 화재 발생

4년이 흘렀을까…. 현실에 항상 쪼달리는 고사장은 안전관리상의 허점에 노출되고 말았다. 누전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여 인화성 물질인 잉크와 종이에 옮겨 붙으며 불길은 순식간에 공장을 모두 태워버렸다. 허겁지겁 공장으로 도착했을 땐 이미 형체는 온데간데없고 연기만 뿌옇게 피어올랐다.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공장 자리에서 그는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가슴속에서 냉기가 휘몰아치며 날카로운 갈고리로 긁어내는 아픔이 찾아왔다.

목사님과 교우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주위 모든 사람이 다 떠나버리고 없을 때까지 온 얼굴에 눈물범벅이 되어 기도를 올렸다. 목사님의 울부짖는 기도는 지금도 메아리친다.

ßö 재기

잿더미가 된 사업을 다시 세워 일으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보험회사에서 나온 약간의 보상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랐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업계획서를 성실히 작성하여 안산에 있는 산업은행 안산지점을 찾아갔다. 담당자는 3차례 방문을 모두 거절했다. 산업은행은 우선 작은 기업을 지원하는 은행이 아니고, 담보도 하나없는 상태라 불가능하다는 담당직원의 설명이었다.

지점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으나 만나줄 리 없었다. 사업계획서만 두고 갈 테니 꼭 좀 봐달라고 하고는 무작정 기다렸다. 일주일이 넘도록 무소식…./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