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사는 안환(35)씨는 지난해 치킨집을 열었다 낭패를 봤다.

결혼과 동시에 전 재산 8000만원을 털어 울산 동부동에서 L치킨 전문점을 시작했지만 5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웰빙을 앞세운 신생 브랜드에 끌려 이 프랜차이즈에 가입했다. 하지만 서울 본사는 정기점검을 해주기는커녕 음식재료도 제때 공급하지 않았다. 하나 둘씩 가맹점이 사라지더니 본사도 1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올 초 󰡐치킨쇼 울산점󰡑을 열고 새 출발을 한 그는 요즘 매일 본사와 e-메일로 영업 추이는 물론 지역주민들 입맛에 맞는 재료를 개발하자는 의견까지 주고받는다.떡삼시대 광주 전남대점을 운영하는 서백석(35)씨 역시 지난해 저가 갈비집인 T갈비점을 개업했다가 7개월 만에 쓴맛을 봤다. 그는 󰡒간판을 걸어주고 재료만 제공해 줄 뿐 컨설팅을 받고 싶어도 길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프랜차이즈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부실한 관리 탓에 피해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220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업소 평균 수명은 4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부진한 가맹점들의 실적을 본사가 나서 돌봐주는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있다. 이른바 󰡐점포 닥터제도󰡑다.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남원골 추어탕과 나주곰탕󰡑을 연 남택승(49)씨는 부인이 갑작스럽게 암 선고를 받아 반년 넘게 식당을 지키지 못했다. 그 결과 하루 매출이 120만원에서 20만원대로 급감했다. 본사는 진단팀을 파견했다.

이성현 본부장은 󰡒직원들은 손님이 오든 말든 관심이 없었고 표정도 어두웠다. 밑반찬은 사나흘은 지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본사가 달려들어 수술에 착수했다. 보름간 강도 높은 서비스 교육과 식자재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원재료를 절반 가격에 제공해 7000원 하던 추어탕을 4000원에 내놓게 했다. 여섯 달이 지난 지금 남씨의 매출은 하루 100만원 선으로 회복됐다.

2005년 서울 삼성동에서 한정식 전문점 󰡐좋구먼 삼성점󰡑을 개점한 조은희(41)씨는 최근 반년간 본사에서 위탁경영을 받았다. 개점 초 6000만원을 넘던 한 달 매출이 반년이 지나면서 4000만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본사 결론은 매니저 교체.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매니저로 인해 단골 손님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본사는 매니저와 조리실장을 본사에서 교육받은 이들로 바꿨다. 본사의 오원자 사장은 󰡒직원에게 운영을 맡겨야 하는 경우엔 매장 상태를 훤히 알 수 있도록 보고체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주전문점 브랜드 󰡐치어스󰡑는 110개의 가맹점 중 매출이 부진한 10여 곳의 점주를 교체했다. 정한 사장은 󰡒망해가는 점포를 살림으로써 다른 가맹점 주인들도 본사를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본사와 가맹점이 신뢰를 쌓고 마케팅 전략을 함께 짜는 등 힘을 합쳐야 장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