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서 법적 성질과 효과

1. 가계약의 의의

가계약(假契約)이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에 필요한 당사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합의사항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대사회가 다변화 되고 다양한 유형의 계약이 발생함에 따라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당사자 들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일정한 의사의 합치를 이룬 부분에 대해 󰡐가계약󰡑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기업간에 많이 행해지는 MOU도 같은 범주에서 파악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가계약들에 대한 공통된 분쟁의 첫 번째 핵심은 가계약이 어떤 법적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가계약의 효과로서 본계약 체결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계약의 구속력)라 할 것이다.

2. 가계약의 법적성질과 효과

가계약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 함에 있어서 그 내용이 어떠한 법률적의미를 담고 있느냐 하는 것은 가계약이라는 형식적인 표제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에 관하여 부산지방법원 2007. 7.26. 선고 2003가합10578판결은 가계약의 법적 성질과 효과에 있어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나타나는 당사자의 의사라 할 것인데, 당사자들이 장차 계속되는 교섭의 기초로서 작성한 것이고 장래의 교섭에 의하여 수정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기 힘들 것이지만, 주된 급부에 관하여 대략의 합의가 성립하여 있는 경우라면 그 부수적인 내용이 상세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합의에 관하여는 독자적인 구속력 및 책임의 근거로서 인정해야 할 경우가 많다 할 것 이다.

따라서 가계약은 본계약 주요 급부의 중요부분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예약 또는 조건부 계약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이 확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는 준비단계의 계약에 불과하며, 가계약의 구속력으로서 본계약 체결의무를 인정하여 그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계약에서 본계약의 주된 급부에 대한 중요부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 당사자가 임의로 본계약 체결을 파기할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가계약서에 본계약의 주요 급부에 대한 합의를 포함하고 있는 지 여부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먼저 계약 유형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매매와 같은 경우에는 대금 지급과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데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있는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만일, 가맹사업거래(franchise)의 경우라면 가맹점 사업자가 상표 및 노하우에 대한 라이센스를 사용하고, 가맹본부는 일정한 상품을 가맹점 사업자에게 제공하며, 가맹점 사용자는 지정된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있는 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3. 가계약의 구속력(본계약 체결의무의 인정여부)

다음으로, 가계약에서 합의한 본계약의 주요급부에 대하여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의사표시의 해석원칙에 따라서 신중하게 해석을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가계약은 통상 처분문서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관하여 판례는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10.25. 선고. 2007다40765판결).

그러나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만으로는 실무상 많이 행해지고 있는 가계약이 어떠한 법적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효과를 가지는 것인지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가계약이라는 명칭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가계약을 하였는가라는 의사표시의 해석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판례는 가계약에서 󰡒매도인은 가계약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만약 불이행시는 본계약을 무효로 하고, 매도인은 어떤 이의도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약정하였더라도, 이 약정내용만으로는 매도인의 계약 불이행시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의 반환청구를 포기하기로 하는 위약금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이다. 법무법인 태승 신은숙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