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만은 금물이더군요. 성실함과 시장을 읽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어떤 것도 성공을 보장하지 못해요." 여영주 리치푸드 사장(45).

요즘 가장 잘나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해산물주점 '피쉬앤그릴'을 비롯해 해물떡찜 전문점 '크레이지페퍼'를 운영하며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그가 예비창업자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골자는 자만하지 마라는 것이다.

사실 여 사장은 사업을 하기 이전에 외식업계에서 무려 17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과 동시에 힐튼호텔에서 7년 근무한 뒤 `T.G.I. 프라이데이스`에서 8년, 까르푸 신선식품부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 외식업에 관한 한 남부럽지 않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던 그는 2002년 2월 지인 3명과 함께 7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남역 중심상권에 925.6㎡(280평) 규모 대형 호프 레스토랑 `비어매드`를 열었다. 그는 당연히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장밋빛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창업시장 현실을 외면하고 본인 경험대로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듯 대형화고급화에만 치중했던 것이 실패 원인이었다. 결국 여 사장은 6억9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빚만 안은 채 사업을 접어야 했다. 가장 자신있다고 자부하던 분야에서 실패를 맛보고 막대한 빚만 안게 된 여 사장은 실의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자만했는지를 깨달았다. "사업에 크게 실패하고 나서야 세상 돌아가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겸손함을 배운 거죠." 이후 여 사장은 스스로가 초보자라고 여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1년간 발품을 팔아 전국 상가 곳곳을 뒤져보고 다닌 끝에 눈에 들어 온 것은 포장마차였다. 당시에는 거리를 정비한다는 명분하에 곳곳에 즐비하던 포장마차가 사라지던 시기였다. 여 사장은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여 사장은 실내에서도 포장마차에서 맛보던 메뉴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를 가미해 젊은 소비자들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인 '피쉬앤그릴'을 탄생시키고 2003년 12월 1호점 문을 열었다.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무리한 고급화 전략에서 탈피해 가장 대중적이고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사업을 시작한 것.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편안한 포장마차 분위기에 신세대 입맛에 맞는 다양한 퓨전요리를 결합했다. 일반 소주나 맥주뿐 아니라 칵테일소주 등 도수가 낮은 메뉴도 꾸준히 개발해 여성들 발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 반응이 좋았지만 여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본 신주쿠,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기 있는 대중메뉴가 어떤 것인지를 꼼꼼히 챙겨 메뉴 개발에 반영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피쉬앤그릴은 현재 전국에 48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산과 평택에는 첨단 식재료 가공공장과 물류센터를 갖췄다.

피쉬앤그릴 성공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여 사장이 내놓은 또 다른 야심작이 바로 `크레이지페퍼. 크레이지페퍼는 퓨전 해물떡찜 전문점이다. 쌀떡이 웰빙 음식으로 재조명되고 있음을 간파해 다양한 해산물을 넣은 떡찜요리를 제공한다. 특이한 점은 모든 메뉴에 5단계 매운맛을 갖춰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맛을 맞춰준다는 것. 떡볶이에 새우 게 오징어 홍합 등 각종 싱싱한 해산물과 등갈비 닭날개 미트볼 등 고급 재료를 사용했다. 1호점은 지난해 9월 홍대 인근에 문을 열었다. 현재 홍대점은 월 매출 8900만여 원을 올리고 있다. 이후 가맹점이 늘어 현재 대학가를 중심으로 1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피쉬앤그릴이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면 크레이지페퍼는 급성장하는 유망 업종인 셈.

크레이지페퍼는 창업자 관점에서는 비교적 손쉬운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메뉴 가격대가 1만5000~2만원 선으로 부담이 없는 데다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타깃연령층도 다양하다. 모든 메뉴는 평택 소재 연구소에서 개발하는데 반조리 형태로 본사에서 배송되기 때문에 조리에 따른 부담도 없다. 다만 너무나 대중적이다 보니 경쟁 또한 치열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매운 해물떡찜 요리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라면 점주 스스로 매장을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여 사장은 "피쉬앤그릴은 론칭 4년여 만에 연 매출 260억원을 달성했다"며 "크레이지페퍼는 다양한 메뉴에 감성적인 마케팅을 더해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취재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