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난 극복의 실질적 대안은 '창업'

고용시장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자 증가 규모가 넉 달 연속 2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각종 경제연구소들은 하반기 경기가 더 내려앉아 고용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7일, 기획재정부, 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고용대책 T/F'의 정책과제로 창업 활성화 지원을 채택, 적극 나서기로 했다.그동안 우리사회 창업 환경에 대한 평가는 그리 후하지 못하다. 세계은행이 밝힌 2006년 한국의 창업환경 수준은 175개국 중 97위.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지만 창업 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뒤에서 두 번째일 정도로 초라했다.

 지난 정부 5년 내내 9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여기에는 창업 절차, 비용 등 OECD 평균 2배 수준에 달하는 각종 규제가 적지 않은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 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상법상 최저 자본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창업 절차 간소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창업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이기보다 '불안한 출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의 문을 두드리려니, 창업보육과 교육의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작 자신들의 수요와 겉도는 자금지원 체계도 예비창업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종자돈을 모아 어렵게 창업을 했더라도 마케팅이나 자금문제로 시장에서 길을 잃거나,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적인 상권 분석도 없이, 삼겹살 가게를 하다가 망한 자리에 다시 삼겹살 집 간판이 들어서는 웃지 못할 사례도 많다.창업은 '이태백',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취업의 길이,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오륙도(五六盜)'에게는 또 다른 성공의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창업을 적극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업 지원이 특정 시기, 또는 특정 단계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교육 및 관련정보 제공에서부터 유기적인 자금지원과 마케팅,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창업의 전 생애(Career Path) 관리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당장 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면해서도 안 될 일이다.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벤처붐을 타고 창업열풍이 일었던 90년대 후반, '창업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이미 1000여개 대학에서 창업 관련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이를 받쳐주는 기본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이제라도 창업교육, 관련기관과 연계된 자금지원, 체계적인 사후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일관성 있는 창업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창업이 실업난 극복의 실질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심일보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