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지고 맛 강한 고열량食 `징차이`

요즘 올림픽 열기로 뜨거운 베이징은 징차이(京菜·베이징 요리)의 본고장이다.

땅덩어리가 넓어서인지 중국 요리는 지역마다 현저한 차이를 드러낸다. 크게는 징차이ㆍ촨차이(쓰촨 요리)ㆍ루차이(산둥 요리)ㆍ웨차이(광둥 요리)로 분류한다.

루차이 대신 상하이 요리(장쑤 요리)를 4대 요리에 포함시키는 사람도 있다.

청나라 말엔 저장ㆍ푸젠ㆍ후난ㆍ안후이가 ‘신(新) 4대 요리’의 고향으로 떠오른다. 이 둘을 합쳐 중국 8대 요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베이징은 지리적으로 고위도에 있어 차갑고 건조하다. 항구 도시도 아니다. 징차이는 이런 특성이 잘 반영된 전형적인 북방 요리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음식 대부분이 고열량이라는 것이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다. 1인분 열량이 600∼700㎉에 달하는 탕수육ㆍ춘쥐안(春捲·스프링롤)이 징차이의 일종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유학생 사이에선 ‘베이징에 가면 살쪄서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징차이의 주된 식재료는 북방 소수민족이 즐겨 먹었던 양ㆍ오리ㆍ닭고기다. 베이징 카오야(베이징 오리고기)와 솬양러우(양고기 샤브샤브)가 좋은 예다. 바다와 붙어 있어 해산물 이용도가 높은 상하이 요리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중국 가정식 요리의 기본은 요리 네 가지, 국 한 가지다. 중국 남쪽 지방에선 여기에 밥을 추가한다.

반면 베이징 등 북부에선 국수ㆍ빵 등 밀가루 음식을 곁들여 먹는다. 이 지역에선 쌀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 사람은 간식거리로 밀을 재료로 한 만두(원래는 산둥 요리)·스프링롤 등 면 종류 음식을 즐긴다.

조리 시 화력이 높은 ‘루메이’라는 석탄을 이용하는 것도 징차이의 특징이다. 덕분에 직화구이·튀김·볶음 요리가 발달했다. 또 추운 날씨 때문에 신선로처럼 상에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는 ‘칭기즈칸’이란 음식이 발달했다.

솬양러우가 대표적이다. 징차이는 간장을 별로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음식의 색은 연한 편이다. 그러나 마늘ㆍ양파ㆍ파 등 양념이 많이 들어가 맛은 강하다.

중국음식 전문가들은 흔히 ‘동쪽 쓰촨 요리는 맵고, 서쪽 산시 요리는 시큼하며, 남쪽 광둥 요리는 달고, 북쪽 산둥ㆍ베이징 요리는 짜다’고 표현한다. 베이징의 식당에서 ‘라오베이징 자장’을 먹어본 한국인은 대개 ‘짜다’고 느낀다.

베이징 자장은 물기가 없는 국수(덜 익힌 듯한)에 짠 춘장을 한 숟가락가량 얹어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이처럼 징차이의 맛은 기름지고 짜서 ‘웰빙식’과는 거리가 있다.

단맛 음식도 있다. 단팥 소가 든 춘쥐안이다. 춘쥐안의 껍질은 밀가루에서 전분을 뺀 글루텐(밀 등 곡류에 든 단백질)으로 만든다. 글루텐 덩어리를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누르면 춘쥐안 껍질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표고ㆍ숙주ㆍ죽순 등의 채소와 다진 돼지고기ㆍ새우ㆍ단팥 등의 소를 넣고 둘둘 말아 기름에 튀긴 것이 춘쥐안이다. 원나라가 수도로 정한 뒤 800년 동안 중국의 정치 중심지였던 베이징엔 궁중요리 등 고급요리가 발달했다.

궁중요리가 절정을 이뤘던 청대에는 궁중요리사를 주로 인근 산둥 지역에서 채용, 산둥 음식이 많이 가미돼 있다. 특히 18세기 말 강희제 시절엔 ‘만한취안시(滿漢全席)’라는 고급 요리가 등장한다.

만주족 음식과 한족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이 있는 것이면 모두 섞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