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로 푼 꿈과 도전의 인생 1.5막

지난 2005년 여름쯤으로 기억한다. CJ프레시웨이의 홍보팀에서 근무하던 10년차 직장인 고경수(41) 씨는 출장 겸 여행차 일본 오사카를 찾았다. 4박5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고씨는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인생을 바꿔줄 새로운 운명을 찾아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고씨는 지금 마사지전문점 '휴라이프'를 운영하는 사장이 돼있다.

의자에 앉아 목, 등 부위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체어마사지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일본 여행 중 얻었던 아이디어를 차용한 신사업아이템이다. 지난해 6월 보라매공원 근처에서 1호점의 문을 처음 열었으니 이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하기만 한 체어마사지 전문점이어서 사업 초기만 해도 고전했던 게 사실.

하지만 현재는 1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평상복 차림으로 간편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바쁜 직장인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새로운 인생

월급쟁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것이다. 때마다 꼬박꼬박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대신 소신에 따라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은 막연한 기대. 고 사장도 여느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개인사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그래서였을 거다. 고 사장은 언제나 여행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 가게 되면 습관처럼 늘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좇아다녔다고 한다. 3년 전 일본에서 체어마사지를 처음 경험하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 사장은 지금도 그때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눈빛을 빛낸다.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통유리를 사용한 가게가 길거리를 따라 쭉 늘어서 있는 풍경이 독특했다. 미용실처럼 보이기도 하고 커피숍처럼 보이기도 했다. '도대체 뭘 파는 가게이기에 저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걸까.' 고 사장은 무작정 길게 늘어선 줄 뒤로 서서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처음엔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이런 걸 한국에 들여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 불과했죠. 새로운 것이 눈에 띌 때마다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으는 평소 습관이 후에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여행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와서도 그는 부지런히 체어마사지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다녔다.

일본의 인터넷을 뒤지며 관련 자료를 모으는 동시에 국내 마사지숍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자료를 모았다. 틈틈이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하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멈추지 않았다.

의외로 긍정적인 주변 반응에 힘을 얻은 그는 기획실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실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점차 사업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다보니 미처 생각지도 못한 어려운 부분들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어요. 영업시간, 서비스 가격, 마사지를 위한 의자는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등등 그때까지 막연하게만 떠돌던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용기있는 자가 도전에 성공한다.

 사업계획서까지 작성하고 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후배 한명과 의기투합한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한다. 그러나 막상 그가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식품업체에서 일하던 그의 경력으로 봤을 때 갑자기 마사지숍을 운영한다는 계획은 자칫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장사라는 게 보기보다 쉽지 않다는 진지한 충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미 2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충분히 고심한 뒤 내린 결정이었고 어느 정도 어려움은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우려에도 확신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만 해오던 그에게는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부터 신용카드 단말기 하나를 설치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실수도 많았다. 정작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 해놓고서도 카드사마다 따로 카드단말기 사용 신청서를 내야한다는 사실을 몰라, 카드 계산을 하겠다는 손님을 그냥 되돌려 보낸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고 사장은 "요즘엔 창업 교육을 하는 곳이 많은데 그런 곳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쌓은 후에 본격적인 사업 준비를 시작했더라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난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오픈 이후 3개월 동안 꼬박 적자를 내고 말았던 것. 고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내가 왜 이 사업을 시작했을까' '이게 정말 되는 사업인걸까' 되뇌이며 노심초사했다.
고 사장은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불안함이 엄습할 때마다 애써 긍정적인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초기에는 손님 수는 적었지만 한번 온 손님들이 재방문 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보가 부족한 것이지 서비스의 만족도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였다.

고씨는 시간을 들여 서비스를 개선해나간다면 가능성이 없는 아이템은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해나갔다.

"1년치 운영자금을 넉넉하게 미리 확보한 것도 적자를 견디는 데 큰 의지가 된 것 같아요. 여유자금으로 시작한 사업은 아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적어도 1년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은 미리 준비해두고 있었거든요. 그때 일찌감치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직장인들 사이에 마사지숍이 알려지면서 적자는 자연스레 흑자로 돌아섰다. 여의도, 강남역 등 번화가를 중심으로 현재 수도권 지역에만 모두 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1년새 사업도 확장됐다.

고 사장은 "아직까지 성공했다는 말은 이르지만 빠른 시일안에 안정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며 "기회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도전을 향한 용기"라고 강조한다. "3년 전 일본 여행 당시만 해도 그 여행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행이라는 게 휴식을 취하면서 호기심을 충전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면, 넘치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관찰력과 노력이야말로 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는거죠. 튼튼한 무기를 준비하고 용기를 내 도전한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없습니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호기심 하나로 일구어낸 사업. 어찌보면 대단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만은 아닌 듯 하다. "누구나 만날 수 있는 흔한 기회를 잡은 것이 가장 확실한 성공 전략"이었다는 고 사장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