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도 창업은 했었는데…

"IMF때도 우리는 호황이었는데… 지금은 망하기 직전입니다."(K업체 사장)간판업체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간판산업은 특성상 불황에도 강한 업종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실제로 온 나라가 경제위기로 허덕이고, 명예퇴직자가 양산되던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 때도 간판업만은 '나홀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직장을 나온 명예퇴직자들이 소자본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간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지금은 아니라고 합니다. 간판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옥외광고사업협회에 따르면 6500여 개에 달하는 회원사 대부분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서 30~50%나 줄었다고 합니다.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는 영세 업체의 수도 늘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판단입니다. 협회 김인수 사무처장은 "정말 사상 최악이란 표현이 딱 맞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물론 경기가 그만큼 안 좋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부터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 미관 차원에서 간판의 수와 규격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희망과 기업가 정신의 쇠퇴'를 또 다른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 중소 간판자재업체의 CEO는 "IMF때도 어려웠지만 그때 사람들에게는 창업을 해서라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걸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유망사업을 찾아보려는 치열함도 없고, 투자심리 자체도 메말라 버렸다는 겁니다. 경기를 살려내려면 정책만큼이나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