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분양시장 침체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갈수록 늘어나자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땡처리’, ‘분양가 인하’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아예 분양을 미루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땡처리는 대량으로 매입을 원하는 펀드나 투자자, 임대사업자 등에게 분양가의 20∼30%로 싸게 미분양 아파트를 넘기는 것을 뜻한다. 2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14만7230가구(6월 말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보다 1만9060가구가 증가한 것이다.수도권은 전달에 비해 4.4% 감소한 반면 지방은 같은 기간 18.4%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택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일괄 매각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나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땡처리’ 나선 건설업체

국내 오피스텔 중 최고가에 공급됐던 서울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이 미분양 한파에 시달리다 결국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파크센터프로퍼티스는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 202㎡와 226㎡ 111실을 3.3㎡당 2100만∼2899만원에 분양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5년 최초 분양 당시의 가격(3.3㎡당 3500만∼4400만원)보다 3.3㎡당 1400만∼1500만원 내린 것으로 총 분양대금으로 따지면 실당 3억∼4억원가량 낮춘 금액이다.

부산 용당동에서 712가구를 분양한 A건설사는 단지 완공 후에도 절반가량이 미분양으로 남게 되자 미분양 물량 전체를 기존 분양가보다 22% 정도 할인한 값에 올 상반기 대한주택공사에 임대주택용으로 팔아버렸다.B건설사는 충남 아산 아파트의 미분양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 등 인근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에 일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당 기업에 기숙사 수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중견 건설사인 C사는 광주광역시 등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을 매각하기 위해 주택공사와 협의 중이다. 또 충남 조치원의 D사, 부산 명륜동의 E사 등은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분양가보다 30% 정도 싸게 내놔 기존 계약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청약통장 해지 및 분양 연기 속출

미분양주택이 15만가구에 육박하고 주택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면서 청약통장 인기도 시들해져 1년 새 통장 가입자가 5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달 말 현재 660만5527명으로 지난해 8월에 비해 49만6083명이나 줄었다. 청약통장별로는 청약부금이 1년 새 30만5968명 감소해 130만1385명, 청약예금이 26만2652명 줄어 289만2533명인 반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청약저축은 같은 기간 7만2537명 늘어 267만4261명으로 집계됐다.사업을 취소하거나 분양을 연기하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F사는 서울 중구 을지로 2가에서 주상복합아파트 ‘101파인에비뉴’를 올 상반기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자 사업 자체를 포기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올 하반기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을 분양하려던 G사는 분양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아파트 분양을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동부센트레빌(흑석5구역)도 오는 10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12월로 연기한 상태다. 경기 수원시 구운동에서 분양될 우방유쉘은 민간아파트 최초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로 주목받으며 지난 4월 분양 승인을 받았으나 상황이 불투명해 10월로 분양 시기를 연기했다. 하지만 다음 달 실제 분양에 들어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지금 분양하면 미분양이 확실한데 누가 나서겠느냐”면서 “토지 매입비에 대한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월 수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