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3병 - 안주2개 2만원이면 OK

장작 떡갈비ㆍ연어샐러드ㆍG소주 특별메뉴 덕에 가맹점 40여곳

불황 시대에 소비자들은 외식비용부터 줄인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소주 판매는 늘어난다. 소주 한잔에 답답한 현실을 날려버리고 싶어하는 서민들 바람 때문일까. 퓨전주점 '행님아'는 요즘 같은 불황 시대에 적합한 창업 아이템이다. 고등어갈비, 전, 탕 등 안주 가격이 1만원도 채 안 된다. 그렇다고 음식 품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본사가 자체 유통ㆍ구매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줄임으로써 메뉴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행님아는 첫 매장을 연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40여 개 가맹점을 확보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 소주 3병 안주 2개 2만원

행님아의 특징은 메뉴 가격이 싸다는 것. ‘인도프리미엄새우볶음‘'무대뽀전' ’불닭꼬치‘ 등 각종 퓨전요리를 4900~9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남자 성인 3명이 와서 소주 3병에 안주 2개를 주문한다고 하더라도 2만원밖에 안 든다.

행님아는 원재료를 산지에서 대량 구매해 재료 조달원가를 줄여 소비자 판매가를 일반 주점보다 30%가량 낮췄다. 인기 있는 메뉴는 '장작떡갈비'. 부드러운 닭 갈빗살에 6개월 이상 숙성시킨 특제 소스로 만든다. 매콤한 맛이 일품이라 퇴근길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생과일과 야채로 만든 천연소스를 사용한 '연어샐러드'는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단골메뉴다. 'G소주'는 행님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화 소주다.

경남 하동 소재 농장에서 재배한 고품질 녹차를 사용하여 소주병에 넣기 쉽게 만든 스틱형 티백으로서 소주에 넣어 우려낸 웰빙소주다. 알코올 분해효과와 더불어 뒷맛을 깔끔하게 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행님아는 찬소주나 찬음용수에 빨리 우러나도록 개발된 스틱형 티백 제조 기술을 특허등록했다. '빙하소주'도 인기다. 소주 전용 냉동시스템을 이용해 내용물은 얼지 않으면서 소주병만 꽁꽁 얼려 음용시 시원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모든 메뉴는 본사에서 반가공 혹은 가공 상태로 오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부담 없이 조리할 수 있다.

황재훈 행님아 사장(42)은 "소비자가 느껴야 진정한 차별화"라며 "술을 팔지만 소비자 건강을 위해 G소주 같은 특화 제품을 만들었다 "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술이 약한 여성들이나 젊은세대가 많이 찾는다"며 같은 가격에 뒷끝이 깨끗한 "G소주 덕분에 가맹점 소주 매출이 2배가량 늘었다"고 덧붙였다.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친근한 인테리어 또한 특징이다. 외부 간판은 시골 전원형 지붕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형상으로 특허등록을 하였고 실내 인테리어 역시 서민적 정서를 그대로 표현하여 편안하면서 아늑하며 현대감각이 어우러진 전원형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했다.

메뉴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등 각 지역 사투리로 꾸려 정겨움을 더한다. 황 사장은 메뉴판 제작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투리 내용이 맞는지를 일일이 검증받았다. 가맹점 숫자는 전국에 대략 40개인데 개설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다. 점포를 내려는 곳의 유동인구와 입지 상황이 어떤지, 경쟁업소 분포는 어떤지가 모두 고려된다. 조건이 맞는다고 해도 점주가 되려면 본사에서 조리, 이론, 현장, 체험실습 등 최소 15~20일가량 교육을 받아야 한다. 본사에서 평가해 점수가 70점 미만일 때에는 가맹점 개설을 해 주지 않는다. 때문에 몇몇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가맹점 매출은 높은 편이다. 회사에 따르면 66㎡(20평) 점포 기준 월 평균 매출은 3000만원 선이다. 권리금과 보증금을 제외한 초기 창업비용은 4800만원 정도다.

◆ 밥값 없어서 굶은 적도 허다해요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황 사장은 1997년 서울 강동구청 부근에 생맥줏집을 차리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권리금도 없는 이면도로 점포를 보증금 1000만원에 임차하고 인테리어는 직접 했다. 그러나 장소가 워낙 안 좋다보니 손님이 없어 하루 매출은 5만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

이에 황 사장은 가게를 대표할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아이템을 골뱅이로 정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시중에 나온 골뱅이 상품을 전부 사다가 일일이 맛보며 장ㆍ단점을 파악했다. 골뱅이 맛을 돋보이게 하는 소스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온갖 재료를 조합해 맛을 보고 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한 결과 매콤한 맛이 돋보이는 황 사장만의 특별 소스를 개발했다. 음식 맛과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늘었고 급기야 문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도 생겼다. 황 사장은 이들을 위해 대기하는 동안 무료 음료수와 함께 가게 옆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100원 동전을 제공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맥줏집으로 성공한 황 사장은 1999년부터 생맥주전문점 브랜드 가맹점을 200여개 오픈하였으며 2003년 약수를 이용한 '미네랄 삼계탕'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성공을 확신했던 터라 약수가 생산되는 지역 용지를 매입하고 시설까지 갖추는 등 거의 모든 재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해 겨울 조류독감이 전국을 휩쓸면서 황 사장은 시쳇말로 쪽박을 찼다. "당시 보증금 100만원짜리 지하 단칸방에서 살았는데 라면을 사 먹으려고 돈을 꾼 적도 있었죠.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황 사장은 실패가 있으면 성공도 따를 거라 확신하고 재기를 모색했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 13㎡(4평)짜리 사무실에서 1년6개월 동안 브랜드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값싼 상품이 잘 팔린다는 데 착안해 저렴한 가격에 향수와 동경을 자극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는 퓨전주점 사업 '행님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황 사장은 당초 계획대로 행님아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 고향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인 주점으로 자리매김시켰다.

황 사장은 "행님아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 경쟁력 있는 창업 아이템"이라며 "치솟는 물가에 어깨가 무거워진 손님들이나 가맹점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불황이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 역시 사업실패 이후 밥 한끼 먹을 돈이 없어 굶기를 수없이 반복하곤 했다. 하지만 결국 재기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 포기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 대구 경북대점 운영하는 임찬호 씨

대학가 상권에 딱 맞는 아이템…月1500만원 순익

대구 경북대점을 운영하는 임찬호 씨(40)는 요즘 '행님아'를 통해 희망을 보고 있다. 14년간 여행사에 근무했던 그는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회사 권고로 퇴직한 후 친구와 함께 지난해 5월 경북대 앞에 횟집을 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영 장사가 되지 않았다. 소비력이 낮은 학생들이 주고객층인 대학교 앞에서 메뉴 가격이 비싼 횟집을 차린 것이 실수였다.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안 되는 날이 허다했죠. 직원 인건비는커녕 우리 가족 생활비도 안 나오더군요."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친구와 다툼도 잦아졌다. 마찰 끝에 친구는 결국 자기 투자금을 빼 가게를 나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각종 창업박람회와 설명회를 다니던 임씨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행님아였다.

임씨는 다양한 퓨전요리와 저렴한 가격대가 대학가 상권에 딱 맞을 것이라고 여겼다. 2주일이 넘는 예비창업자 교육도 임씨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대로 된 장사 한 번 못 해보고 가게 문을 닫은 경험이 있는 임씨로서는 재기를 위해 더없이 좋은 창업 아이템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본사에서 생맥주 따르는 방법까지 알려주더군요. 손님들이 다른 데서 먹던 맥주보다 맛있다는 말을 하면 뿌듯하더라고요." 본사에서 메뉴와 소스 등을 반제품이나 완제품 형태로 공급해주기 때문에 수십 가지 안주 조리도 별 어려움이 없다. 그 대신 임씨는 고객 서비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요즘 임씨 가게는 연일 손님들로 북적인다.

특히 학기 초나 중간ㆍ기말고사가 끝나는 시점에는 단체손님 예약이 많아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덕분에 40~50대 중년층도 많이 찾는다. 임씨는 132㎡(40평) 규모 점포를 내면서 초기 창업비용으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제하고 약 8000만원을 투자했다. 월평균 4000만원 매출에 매출원가와 인건비, 세금 등을 제하고 1500만원 정도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