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가 뭡니까

프랜차이즈 창업시 내용 숙지해야 피해 예방 가능

"퇴직금을 모두 날렸어요. 앞으로 가족들 생계를 어떻게 책임져야 할 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월 매출 1000만원을 올릴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말만 믿고 1억여원을 들여 가맹점을 개설했다. 그러나 지금 김 씨는 실제 매출이 약속한 것의 30%에 불과해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김씨의 가장 큰 실패요인에 대해 본사의 정보공개서 미검토를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의 이같은 허위·과장 정보를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정보공개서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 가맹사업 거래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난 8월 4일부터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행 한달여가 지났지만 정보공개서 등록업체 수는 15% 밖에 되지 않아 업계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정보공개서 등록을 강제해야 할 공정위조차도 한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제재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법실행 의지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정보공개서'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측에서 가맹 본사의 경영실적을 알 수 있는 재무제표, 가맹점 개설·해지율, 창업부담 비용 등의 내용을 신규 가맹 희망자에게 제공해 예비창업자들의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8월까지 가맹본부의 정보등록 유도 및 계도활동을 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8월 21일과 9월 4일에 각각 열린 ‘2008 서울프랜차이즈fall'와 ‘2008 제20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에 많은 정보공개 미등록 업체가 참가했지만, 공정위는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미등록 업체라도 홍보활동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들 업체가 가맹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만 문제가 발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보공개서 등록제도가 가맹 희망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라면 가맹계약 체결 뿐 아니라 창업박람회에 참석해 홍보활동을 하는 것 조차도 막아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이다.

정보공개서, 창업자 피해예방이 목적 정부가 ‘가맹 정보공개서 등록제’를 도입한 취지는 예비창업자가 가맹계약 체결 전에 가맹점 평균 매출 및 초기 창업비용 같은 핵심정보를 파악하도록 해, 가맹 본사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79년부터 프랜차이즈 규칙(Franchise Rule)을 시행, 부실 가맹본부의 난립으로 인하 폐해를 차단했다. 중국 또한 2007년에 가맹본부 등록제를 도입해,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하지 않으면 가맹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 희망자는 언제든지 가맹 본사에 대해 매출 실적, 가맹점 해지율 등 창업에 필요한 사전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가맹본부는 신규 가맹 희망자에게 계약 체결 14일 이전에 공정위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해야 한다. 만일 가맹본부가 미등록 정보공개서를 이용해 가맹점을 모집할 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허위 과장 정보를 제공할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계, 등록 필요성 인식 낮아 정보공개서 등록제도가 예비창업자를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가맹본부들은 아직도 등록을 망설이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을 마친 업체들은 대개 대형 프랜차이즈이거나, 정보공개서에 기재할 사항이 적은 신생프랜차이즈들이 대부분. 가맹본부들이 정보공개서 등록을 미루는 것은 아직도 등록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정보공개서에 기재할 내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 가맹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보공개서를 만들지 않고도 가맹본부 운영에 무리가 없었다”며 “법에서 강제를 하고는 있지만, 굳이 만들어서 등록해야 할 필요성을 아직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본부 관계자는 “정보공개서에 기재할 내용을 살펴보면 영업상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를 가맹희망자가 볼 경우 가맹사업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돼 등록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등록을 미루고 있는 가맹본부로부터 피해를 보는 예비창업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