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正反合) 이론

요즘 다시 창업 붐이 새롭게 불어오고 있다. 1차시기는 94년경인데 당시에는 제조업이나 무역업 중심의 창업에서 소매업이나 서비스업으로의 아이템 이동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2차시기는 97년을 전후해서 일어난 사이버 비즈니스 창업 붐이다. 당시 PC통신을 매체로 IP를 하던 사람들과 IT에 대한 지식접근이 용이한 산업공학도들이 주축이 돼서 창업 붐을 이끌어갔다.

이렇게 진화해 오던 비즈니스 모델이 닷컴의 거품이 빠지면서 급속하게 침체되더니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M&A되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가운데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들은 요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에 혈안이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는데 첫째는 모바일 비즈니스로의 이동이다. 디지털 가운데서도 “유선(internet)에서 무선(mobile)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오프라인 업종을 인수해서 온. 오프라인 결합모델을 얻어내려는 시도다. 비록 그 시도가 불발로 끝나더라도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처럼 뜬구름 잡는 일은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업종을 주력사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어쨌거나 요즘 기업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수익구조 개선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제 3차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떠한 방법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 기업뿐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새로운 이론 하나를 제기하려 한다.

바로 “정반합(正反合) 이론”이다. 업종을 헤쳐모여 함으로써 비즈니스 모델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이론인데 다소 복잡한 설명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비유해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학제는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로 넘어간다. 익히 알겠지만 초등학교는 교실이 정해져 있고 담임 선생님 한사람이 전 과목을 지도한다.

마치 창업 1차시기 이전에 “창업” 하면 오로지 제조업과 무역업만 고집하던 것과 코드가 같다. 수직사회이자 명사형의 사회가 갖는 전형적 모델이다. 중등학교로 넘어오면 교실이 정해져 있지만 과목마다 다른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찾아온다.

마치 정부가 창업자들에게 특정산업(과목)을 육성하기 위해 계몽하러 오는 것과 흡사하다. 우리의 2차 창업시기가 그랬다. 국가경쟁력을 갖기 위한 장기전략의 하나로 벤처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한 시기다. 반면에 대학교는 학생들이 수강과목을 듣기 위해 매 시간마다 강의실로 찾아다닌다. 재단이 수강신청을 도와주지도 않으며 수강과목을 모두 정해주지도 않는다.

오직 학생의 주관적인 생각과 계획에 의해 결정하고 행동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창업자가 임의로 판단해서 결정하되 틈새업종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면서 보호무역이 걷히고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가가 보호해 주거나(초등학교), 어느 특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지원을 해 주는 등(중학교)의 시기를 넘어왔다는 얘기다.

대학처럼 모든 상황판단과 업종결정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익히 알려진 산업보다는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수강신청해서 듣는 것처럼 스스로가 좋아하는 틈새아이템을 찾아서 창업해야만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그 틈새 아이템을 찾는데는 바로 정반합 이론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업종 분류 코드에 나타난 업종들을 정(正), 반(反), 혹은 합(合)해서 새로운 업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화방과 만화가게의 틈새에서 만화대여점을 뽑아 낸다거나 만화캐릭터 전문점으로 진전시킨다거나 더 나아가 에니메이션 구성(構成)대행업을 시도해 보는 등의 경우를 말한다.

도서대여점의 매출이 줄어서 만화대여업과 묶은 것이나 냉면전문점의 비수기 메뉴로 온반(갈비탕)을 접목시킨 것, 카페에서 애견센터를 겸하는 것, 산소방과 발마사지방을 묶어 서비스 해주는 산소맛사지방 등도 좋은 예다. “정반합(thesis-antithesis-synthesis) 이론”을 알면 당신은 신업종의 선도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