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는 밝았지만 나라 경제나 개개인의 살림살이는 별로 밝아지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부도, 감산, 조업중단 등으로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공포는 새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IMF 이후 가장 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올 것이란 우려에 별 이견이 없는 가운데, 올해 창업시장에도 적잖은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2009년 창업시장의 화두는 ‘경기불황 지속’과 ‘잠재적 창업 수요 증가’다. 대기업 퇴직자들이 창업시장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면서도, 워낙 내수경기가 가라앉아 있어 퇴직금을 쉽사리 ‘제2의 사업’에 투자하기를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4~5년 전의 ‘묻지마 창업’ 같은 창업 과열 분위기는 당분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회는 늘 위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법. 창업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한 발 한 발 차분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공창업’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창업은 100% 자기사업인 만큼 실패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성공의 과실 역시 온전히 창업자 개인이 모두 따갈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서비스업·1인 창업 전망 밝다

우울한 경기 전망만큼이나 새해 창업시장 전망도 먹구름 속에 가려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의 영향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경쟁력 없는 점포들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판매업은 내수 위축으로 약세, 외식업은 약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며, 서비스 업종은 기존의 외식업 중심에서 탈피하려는 창업자들의 움직임과 정부의 서비스업 및 1인 창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불황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소자본 창업자들의 체질을 더욱 강화하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비용 절감과 마케팅 강화를 위해 각종 IT 기술을 도입하거나 인터넷마케팅을 강화할 것이고, 불황 타개를 위한 판촉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해 고객관리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인건비 등 경비절약을 위해 주방시스템에 대한 투자나 제품 표준화에 대한 노력도 늘어날 것이다. 고환율이라는 복병이 잠재하고 있지만, 정부의 한국음식세계화 정책과 프랜차이즈 진흥정책 추진에 힘입어 소형 점포들의 해외진출과 해외 창업도 어느 해보다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직 ‘1인 소호’ 활약 기대

정부의 1인 사업가 육성방침, 점포형 사업의 경쟁 과열 및 포화상태로 인해 소액투자로 창업할 수 있는 서비스 업종이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청년실업률 증가, 화이트칼라 감원 바람 등으로 자신의 적성과 전문성을 살린 전문직 1인 소호(SOHO·소자본 창업)가 어느 때보다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카운슬러, 전문 집필자, 전문 강연자, 실무 경력을 내세운 대학 겸임강사, 코칭전문가, 프로슈머 컨설턴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분야도 다양해 성공학, 자기계발, 자녀교육, 인적자원관리, 마케팅, 고객관계관리, 기업체 업무 아웃소싱 등의 분야에서 1인 사업가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기술창업 분야는 기술력에 못지않게 영업력이 중요하다. 마감재 시공사업 솔리스톤(www.soliston.kr)은 영업 및 상담만 직접하고 실제 시공은 일용직 직원에게 맡길 수 있다. 시공 마감재는 규조토, 옥, 백토 등의 가루를 이용한 자연광물로 새 건물에 입주했을 때 우려되는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 질환 예방이 가능하다. 점포비를 제외한 가맹점 개설 비용은 2500만원 선. 크리니트(www.clineat.com)의 경우 홈클리닝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창업비는 1300만원대. 알레르기 클리닝 전문업체인 알렉스(www.allerx.net)도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소호업종이다.

실패 부담 적은 소형점포 창업 열기

불황기는 대형점포보다 소형점포가 유리하다. 투자비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부담이 적고 투자비 회수도 빠른 편이다. 또 인건비가 적게 들어 부부창업이 가능하고, 경비 부담이 적어 매출이 적어도 버텨나가기가 쉽다. 불황에 강한 외식업종인 국수전문점이나 미니토스트 전문점, 저가 스테이크 전문점, 도시락점, 분식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50년 전통의 국수전문점 명동할머니국수(www.1958.co.kr)는 30여㎡(약 10평) 규모에 투자비는 3500만원 선인데, 서울 명동점의 경우 회전율이 13회에 달한다. 이처럼 회전율과 마진율이 높아 고수익이 보장되는 업종들이 올해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소형점포 바람의 다른 한편에는 일류(日流·일본문화 따라하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식 라면을 판매하면서 저녁에는 사케를 즐길 수 있는 주점겸용 라멘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리모델링·업종전환 러시

새해에는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점포들의 업종전환이나 리모델링이 붐을 이룰 전망이다. 이로 인해 창업비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기존 창업자들을 공략하려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창업상품이 대거 늘어날 전망이다. 본사의 노하우 전수를 기반으로 손쉽게 업종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들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정규 창업의 경우 수천만원대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지만, 리모델링용 창업 상품은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더라도 100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말을 바꿔 탈 수 있다. 그러나 경영 역량 부족, 서비스 마인드 부족, 부실한 상권 등 기초조건이 부실한 업소들의 경우 업종을 전환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든 만큼 업종 전환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싼 값으로 승부” 서민형 업종 강세

불황에도 소비를 완전히 줄일 수는 없다.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을 판매하는 서민형 업종은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치킨 호프전문점이나 삼겹살 전문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격이 저렴한 곱창 전문점, 국밥전문점, 오피스가의 식당 등은 서비스, 품질,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면 큰 매출 변동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닭치킨으로 유명한 사바사바치킨(www.사바사바.kr)은 치킨 한 마리 가격이 1만원 선으로 일반 치킨점보다 가격이 좀더 저렴하다. 삼겹살 전문점 떡쌈시대(www.ttokssam.co.kr)는 국산 삼겹살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별로 올리지 않아 1인분 가격이 9000원 선. 찌개카페를 표방하는 찌개애감동(www.zzigae.com)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에 변화가 없다. 주 메뉴가 김치, 된장 등 익숙한 식사메뉴라 매출 변동 폭이 적은 경우다.

공동창업·투자형 창업 인기

창업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력이나 규모의 경쟁력을 내세워 전략적 창업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점포형 사업의 경우 상권, 입지 및 사업규모, 우수한 인재확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금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투자형 창업모델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직접경영보다는 간접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베이비붐 퇴직자, 고소득 전문직, 성공한 사업가들의 창업펀드 조성도 어느 해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공동 창업이나 창업펀드 유치를 위해 위탁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맥주전문점인 와바(www.wabar.co.kr), 떡에 싸먹는 삼겹살 떡쌈시대, 전주식콩나물국밥 완산골명가(www. wansangol.com), 한정식프랜차이즈 좋구먼(www.jokumeon.com) 등이 공동투자 창업에 적극적인 업체들이다.

이민 창업·해외 창업도 관심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해외유학 및 해외거주가 늘어나면서 이제 해외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고려해 볼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외식업만 해도 우리나라는 인구 60명꼴로 점포 1개가 운영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해야 하지만, 미국 등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국가들은 인구 300~500명당 1개꼴로 음식점이 운영돼 열심히만 하면 어느 정도 안정된 경영을 기대할 수 있고, 투자비도 한국보다 저렴한 사례가 많다. 정부의 프랜차이즈 해외진출에 대한 적극적 지원, 주요 업체들의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맞물려 경쟁이 치열한 국내를 떠난 해외창업 비율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의 ‘인생 2막’

인구 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2차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 이후 1954~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의 퇴직 시기가 단계적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건강과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일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젊지만 재취업 여건은 쉽지 않다. 이들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은 2억원 내외의 투자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체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은 자녀교육비 지출 등으로 소득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아 이들의 ‘2막 인생 설계’를 돕는 창업 아이템들이 앞으로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