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40대 창업 3년째 1위

1986년 건설업체 D사에 입사해 20년간 관리직에서 일해온 A씨(47)는 인사 시즌을 앞둔 지난해 9월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서울에서 빌딩관리업체를 설립했다. A씨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할 시점이었다"며 "3~4년 전부터 남몰래 창업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사오정' 반영해 40대 창업자 3년째 1위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조기 퇴직 풍토를 빗댄 유행어인 '사오정(45세가 정년)'과 '오륙도(56세에도 남아 있으면 도둑)'가 최근 창업시장에서 실제 증명되고 있다. A씨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선 이들의 주연령층이 40대와 50대들로 급속히 채워지며 이들이 주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년퇴직 후 창업에 나서던 경향에 따라 창업자의 최대 연령층이던 60대들은 점차 줄고 있는 반면 40,50대의 비중은 절반이 넘어서고 있는 것.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조사한 전국 7대도시 신설법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을 가장 많이 한 연령대는 40대(37%)였다. 40대는 2004년 이후 3년째 1위를 차지하며 '창업시장 주도 세력'으로 자리잡았다.40대의 창업 비중은 2003년 25%에서 2004년 32%,2005·2006년에 37%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50대 창업자 역시 2003년 9%에서 지난해 16%로 비중이 커졌다.

특히 40세 이상∼60세 미만 창업자의 비중은 2003년에는 3명 중 1명(34%)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명 중 1명(53%)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초 서울 구로구에서 IT솔루션개발업체인 코아마임을 설립한 장매화 사장(45)은 "과거엔 IT벤처라면 20~30대 젊은 사장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외환위기와 벤처거품을 경험한 40~50대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창립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연령층의 창업 비중은 3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이들은 2003년까지만 해도 전체 창업자 중 가장 많은 비중(31%)을 차지하며 창업시장을 주도했지만 2004년에는 17%,2005년과 2006년에는 6%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외국인과 여성창업도 크게 늘어나

그동안 창업시장에서 비주류이던 외국인과 여성 등도 지난해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2006년 창업회사 중 외국인이 대표인 신설법인은 총 419개사(1.5%)였다.이는 2003년 214개(0.8%)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출신 나라별로는 미국이 139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 77개,중국이 65개로 2,3위를 차지했다.

이어 캐나다(26개) 호주(20개) 대만(13개) 영국(11개) 프랑스(11개) 등이었다.여성 기업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03년 서울 등 7대 도시에서 창업한 여성 CEO는 총 2671명으로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947명으로 17.3%를 차지했다.소액 창업자도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