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면서 호황기라고 딱히 느낀 점은 없지만 작년 9월부터는 확실히 경기가 침체기로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담과 현장지도 등을 하다보면 이런 느낌을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소상공인의 경제위기 의식과 소비자의 소비체감지수는 외환위기 수준을 뛰어넘는다.

주목할 점은 다수의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매출상승과 수익성을 올리는 곳도 상상 이상 많다는 것이다.현장방문을 통해 얻은 이들의 성공 노하우는 첫째,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점이다.긍정적인 마인드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는 단순히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필요한 요소와 기술, 실력을 두루 갖췄다는 뜻과 상통한다.둘째, 정도경영(正道經營)이다. 바꾸어 말하면 신뢰경영이다. 시장의 성장이 정체상태에 이르면 신규고객 확보는 사실상 힘들어 진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기존의 시장을 나눠 가져야 하고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불황기에서의 성공경영은 지금까지 일구어 놓은 단골고객의 힘에 의해 좌우된다. 단골고객의 힘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주 내점하는 고객을 뛰어 넘어 제품 또는 점포에 대한 충성도로 요약된다.

보통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적절한 이익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제품 가격과 제품의 질의 상관관계이다.시장에 진입이 쉬운 업종일수록 많은 창업자들이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업종에 대한 기초체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은 원자재의 가격인상분을 제품판매가에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때 차별화되지 못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출감소의 우려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일정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린다.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으로 과포화된 음식업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근 공중매체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례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더욱 더 소규모 음식업들을 외면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조리상태의 음식제품의 매출액이 최근 급신장한 것을 보면 이제는 외식문화가 사회적 불안감으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대체로 잘되는 음식점의 경우 큰 대형음식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현장에서 실태조사를 하다 보면 소형 음식점에서도 한달 매출액이 2천만원 이상인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의 점포 대표자의 기초체력(업종에 대한 경력, 개인의 실력, 서비스의 이해도 등)이 매우 우수한 경우이다. 기초체력이 우수해야만 경제 침체기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 정도경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제품판매는 고객과의 고도의 심리전이다. 경쟁점포에 비해 차별화되고,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고객은 일정수준의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점포에 대한 충성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이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품질에 대한 적절한 지불비용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경쟁점포가 들어서면 기초체력 미흡으로 결국 가격인하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예비창업자들은 창업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대해 충분한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창업 준비기간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창업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마케팅전략 등을 점검하는 것이 모두 기초체력을 증강시키는 일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최악의 경제위기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준비되지 않는 조급한 창업은 창업실패의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곽성곤<대구시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