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술 전공자가 있었다. 오랜 미술 공부 끝에 인사동의 쌈지길을 기획하고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는 아트기획자가 됐다. 일은 고됐다. 연이은 철야에 끝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하는 스트레스가 여간 심한게 아니었다.

그는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갔다. 책이나 노트북을 들고 함께 '수다'를 나눌 이들과 함께 조용한 카페를 찾았다. 그에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조용한 카페의 구석진 자리였다. 하지만 '근로'가 미덕인 한국사회에서 그녀, 장혜령씨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카페를 열었다. 10여 년의 프랑스 유학시절 맛본 가정식 요리를 강남에서 만들어보겠다고. '든든한 삐따기 동지', '헤아리의 딸기가 좋아'를 기획한 전시 기획자 곽은경 씨도 함께했다,

이름하여 '배꼽 없는 요리사' '배꼽 빠지도록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자'가 이곳의 모토다. 직장인이던 그들이 그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던 유토피아 '쉼터'를 직접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인사동의 쌈지길과 '헤이리의 딸기가 좋아' 등을 기획한 그들이 만든 공간이라기엔 다소 단조롭다. 이유를 묻자 "너무 단 걸 먹다보면 짠게 땡기는 법"이란다. 튀고 재미난 공간보다는 게으르고 편안한 공간이 됐으면 하는게 그들의 바람이다.

음식에 대해 제대로 배우진 않은 '초짜'들이지만, 음식을 좋아하고 카페 존재의 이유에 대한 생각을 같이하며 똘똘 뭉친 괴짜들이다.

주방, 홀, 바 각자의 영역을 지키던 그들을 한곳에 모아 놓으니 마치 입에 모터를 단 듯하다. 대화라기보다 상상력 늘어놓기다. 누가 한 마디하면 그에 대한 엉뚱한 생각들이 봇물처럼 터진다.

이를테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고,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고, 맛있는건 바나나'라는 식이다. 그들의 연상 대화는 뫼비우스 띠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웃고 떠드느라 시간을 보낸다. 좋은 사람과 함께 즐기며 일을 하는 만큼 매장 안에는 늘 유쾌한 바이러스가 떠다닌다.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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