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창업에 나섰던 자영업자들이 최근 경기침체로 재산을 강제 처분당하면서 불황의 그늘이 경매 법정까지 드리우고 있다. 또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지역 신용보증재단(신보) 보증을 통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으나 부도 및 폐업 등으로 상환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께 서울중앙지법 별관(북관) 2층 입찰 법정. 200석이 채 안 되는 법정 안팎에는 1000명이 족히 넘는 경매자들과 일반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입찰이 시작되자 대기자들은 경매정보지와 입찰 물건 공개서류 등을 꼼꼼히 챙기며 비공개로 입찰가를 작성, 집행관에게 제출했다.

이날 법정은 올해 열린 20여 차례 경매기일 가운데 가장 많은 150여건의 입찰 물건이 나왔으며 이 가운데 100여건이 아파트나 연립 등 주택이었다. 그러나 오피스텔이나 상가, 영업시설 등도 40여건이 돼 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의 폐업사태를 실감케 했다. 감정가 15억원의 서울 중구 북창동 Y창고업체 땅(대지) 146.8㎡와 창고는 지난해 4월 경매 개시 결정이 난 뒤 세번 유찰 끝에 이날 9억4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 강모씨(45)는 “3년 전 은행 융자 5억원을 끼고 땅을 11억원에 매입, 창고를 지었는데 2년 만에 영업부진으로 3개월 동안 대출 원리금 상환을 못하게 되자 은행의 담보권 행사로 경매 개시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법원 민사집행과 관계자는 “최근에는 폐업 등으로 경매시장에서 강제 처분되는 매물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10건에 2건 정도는 폐업이나 상권 침체로 처분되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경매전문업체인 굿옥션 관계자는 “내수경기 악화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면서 빈 상가나 회사 건물이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아울러 지역 신보 보증으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지역 신보측의 사고율(보증을 선 뒤 폐업이나 부도, 연체 등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신 갚을 것을 청구하는 비율)이 예년에 비해 상승했다고 경기신보 A지점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보증상담 건수 및 접수 건수는 2.5배 상승했고 사고율도 지난해 6월 이후 1.2∼1.3배 늘었다”면서 “이는 창업 희망이나 운영자금 확보를 원하는 개인사업자 증가와 함께 폐업이나 부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