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학교 캠퍼스. 정문 주변엔 행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정문 옆 옛 체육관 자리에 지어진 7층 높이의 효원문화회관 개관 행사를 위한 것이다. 13일 문을 여는 이 회관은 연면적 5만4000여㎡의 대형 쇼핑몰이다. 영화관·병원·식당가·의류판매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부산대 김형진 홍보담당관은 “캠퍼스 내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섬에 따라 학생·교직원은 물론 학교 인근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편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가 대학 캠퍼스 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편의점부터 고급 호텔 레스토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많게는 3만 명에 달하는 캠퍼스 내 유동인구가 상가를 부른다. 캠퍼스 주변 주민들도 단골손님으로 확보할 수 있다.

◆환영받는 캠퍼스 내 상가=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남모(32·여)씨는 퇴근 후 남편과 함께 서울대 캠퍼스를 찾는 게 일과 중 하나다. 남씨는 “맞벌이라 집에서 밥을 해먹기 힘들어 학교에 있는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며 “저녁 먹고 커피를 마신 후 공기 좋은 캠퍼스를 산책하면 피곤이 가신다”고 말했다. 서울대 안에는 이달 2일 문을 연 이탈리아 음식점 라쿠치나를 비롯해 더 키친(피자·스파게티)·투썸플레이스(커피·케이크)·카페소반(비빔밥·국수) 등의 외부 외식업체가 있다.

교수나 학생도 캠퍼스 안 상가를 반긴다. 서울대 강연준(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손님이 왔을 때 학교 안의 분위기 좋은 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사업자들 역시 학교 내 상가가 매력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부터 홍익대 내 홍문관 16층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라 스텔라(이탈리아 음식점)의 김윤희 지배인은 “교수 등 고정 고객이 많이 생겨 매출액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캠퍼스 상권 더 커지나=학생식당·이발소·서점·매점 등이 전부였던 캠퍼스 내 상권이 커지기 시작한 건 2004년. 고려대가 4층 건물 전체에 외부 상점을 들인 타이거플라자를 만들면서부터다. 이 건물에는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의 초록색 간판이 눈길을 끈다. 고려대생 사이에 ‘고엑스(고려대 코엑스)’라 불리는 중앙광장 지하에는 휴대전화 매장 등의 일반 상가가 빼곡하다. 한양대에는 학생복지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한양플라자에 외부 업체가 많이 들어서 있다. 저렴한 분식점도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화여대 ECC(이화 복합단지)에는 헬스클럽·극장·음식전문점 등이 영업을 한다. ‘금남의 장소’에서 요즘 남성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대학들이 캠퍼스 안에 상가를 유치하는 건 등록금 외에 자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또 상가 건립에 대한 반대급부로 기업들로부터 기부채납을 받기도 한다. 부산대에 효원문화회관을 지은 효원이앤씨는 약 470억원을 들여 부산대 측에 경암체육관·공학관·지하주차장 등을 제공했다.

올해부터 캠퍼스 안에 대형 쇼핑몰 등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캠퍼스 내 상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강대는 할인마트 홈플러스를 캠퍼스 안에 들이고, 홍익대는 유료 갤러리를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캠퍼스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져 면학분위기 조성에 방해된다는 지적이 있다. 상가 운영자 입장에서는 캠퍼스 내 이용객이 줄어드는 방학 기간 중 외부 손님을 어떻게 유치하느냐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