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의 기술

내수경기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일제히 마이너스로 내려놓았고 특히 BNP파리바는 -4.5%까지 가라앉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5.6%를 기록했고, 가계부채는 전년대비 7.4%나 늘어난 4천120만원이나 됐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생계를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자영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옥죄어 오는 수치들임에 틀림없다. 그렇잖아도 도시근로자들보다 배 이상을 일하고도 소득은 80% 수준인 2백70여만원에 그치고 있는데 이마저도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공포감마저 느끼게 한다. 아사직전의 자영업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의욕을 상실한 자영업자들에게는 실효성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연 평균 9만여 명이 창업하고 8만여 명이 폐업해서 늘 창업자 수가 더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폐업자수가 오히려 많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6백6만명이던 자영업자 수가 불과 개월만에 47만명이 줄어든 5백 58만명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지금의 자영업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렇게 기댈 곳조차 없는 자영업자들이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폐업하는 길 뿐이라는 점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도 재 창업의 기회를 기다리며 차분하게 잘 대응한다면 그나마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자영업자라면 폐업 전에 다음의 몇 가지 점을 사전에 체크해 본 다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우선, 점포 이력을 먼저 체크해 보는 게 좋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어떤 업종들이 들어오고 나갔는지 알아보고 최소한 두세번 동일업종으로 영업했던 입지라면 일단 경기 탓일 수 있으니 어렵더라도 때를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물론 메뉴추가나 돈 적게 드는 인테리어 리뉴얼 등이 필요하다.

둘째, 음식 맛이나 객단가는 경쟁력이 충분한데도 매출이 계속 줄고 있는 경우라면 현재 입지에서 일단 접고 다른 입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좋다. 가게가 안나갈 경우, 오랜 운영경험을 가진 프랜차이즈업체에 위탁운영을 맡겨볼 필요가 있다.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면 중소기업청(1588-5302)이 사업전환희망자에게 지원하는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조금만 여윳돈이 있으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력이 없는 경우, 신한은행(02-773-2016)에서 자영업자를 위하여 대출을 해주고 있고, 주류 판매를 같이 하는 업종이라면 도매상에서 3천만원 정도 무이자 대출도 가능하므로 이러한 방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몇 가지 방법으로도 해법을 찾기 어렵거나 다음에서 제시한 현상이 나타날 경우는 무조건 폐업하는 것이 옳다. 첫째, 현재 업종으로 연이어 3개월간 20~30% 이상 적자가 났다면 폐업하는 것이 좋다. 떠난 손님을 다시 불러오는 비용은 신규손님을 끌어들이는 비용보다 10배나 더 들기 때문에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족끼리 운영해도 수지를 맞추기 어려울 경우도 폐업하는 게 좋다. 더 이상 줄일 것이 없는데 내수경기는 더 나빠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셋째, 유사업종이 인근에 크게 들어서서 상당수 단골손님을 잃었을 경우, 2개월이 지나도 원상회복이 안되면 철수하도록 권한다.

최초 2개월은 오픈효과일수 있지만 고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경쟁력에서 뒤진 경우여서다. 그렇다면 폐업결정 후, 어떻게 하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일단 최단기간 내에 가게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내 놓는 것이 좋지만 창업컨설팅 업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 매물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창업대기자들에게 매물을 주선해 줄수 있기 때문이다. 값나가는 물건은 계약 전에 처분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주로 전자제품이 되겠지만 인터넷에서 개별로 판매하는 것이 제값을 받는 요령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폐업 시기를 성수기 한두달 전으로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성수기가 지나서 내 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권리금도 손해지만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폐업은 창업할 때보다 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향후 자영업 시장을 가늠해 볼수 있는 지표는 민간소비증가율인데 지난분기에 -4.8%에 이를 정도여서 내수경기 회복하기 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한 만큼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고통을 줄이는 것도 곧 다가올 또 다른 기회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