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회적기업가에 창업기회 제공합니다”

요즘 대학생과 청년들을 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곱지 않은 듯하다. 취업의 공포에 연민과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신자유주의에 포박된 20대라며 혀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언제 어디서나 있어온 세대간 소통부족과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20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를 혁신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지 세대간에 손을 어떻게 내밀어야 하는지, 내민 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가 서툴 뿐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세대간 교류는 주목할 만하다.

사회의 빈틈을 기업가 정신으로 메우는 새로운 사회 혁신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20대도 늘고, 사회적기업의 창업을 돕는 사회적 지원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사회적기업 공모전이다. 기성세대가 판을 벌리고, 청년들이 저마다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의 설계를 펼쳐 보이는 장이다.

2006년 (재)함께일하는재단과 5개 대학(고려·서강·서울·연세·KAIST)이 공동으로 ‘한국쏘시얼벤처대회’(SVCK)를 마련한 이래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고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공모전이 5개로 늘었다. SVCK는 2007년 연세대 경영대학 내에 사회적기업 연구기관으로 문을 연 연세대 사회적기업센터(YSEC)가 대회 사무를 맡아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으나 참가팀에는 경영학 전공자가 1명 이상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제3회 SVCK에 참가한 ‘공신’팀은 학업이 뒤처진 학생들에게 혁신적인 학습 방법을 알려주고,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을 열어주는 아이디어로 2등상을 수상하고,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이 공모전의 수상자들은 ‘글로벌 쏘시얼 벤처 대회’(GSVC)에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사회적기업의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주최하는 사회적기업 공모전도 2개나 된다. 호서대학 산학협력단은 ‘사회적기업 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주관한다. 응모 대상은 제한이 없고, 대상에는 상금 500만원이 지급된다.

부산의 사회적기업연구원이 주관하는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대회’는 부산에 있는 2년제 대학과 대학교에 적을 둔 대학생으로 참가를 제한하고 있다. 지역사회 밀착형 공모전인 셈이다. 지난해 희망제작소와 삼선장학문화재단이 각각 주최자로 나선 2개의 사회적기업 공모전은 본격적인 민간 주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희망제작소가 지난해 개최한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대회는 JP 모건의 후원을 받고, 예비 사회적기업가 대학연합 동아리인 ‘넥스터스’가 행사의 공동 주관을 맡아 진지하면서도 발랄한 대회로 이끌었다는 점이 특색으로 꼽힌다.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함께 판을 만든 것이다.

희망제작소의 공모전이 사회혁신을 위한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중시했다면, 삼성장학문화재단은 청년의 사회적기업 창업에 역점을 두었다. 심사 기준도 창업 가능성을 중시했고, 선발 이후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까지 갖춘 첫 공모전인 셈이다. 응모 대상을 대학생이 아니라 ‘18~29세의 대한민국 청년’으로 한 것도 여느 공모전과 차별되는 대목이다. 저소득 청소년이나 대안학교를 나온 청년들에게도 사회적기업의 창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공모전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 대회에서 2등상은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제시한 고등학교 중퇴 청소년팀에 돌아갔다. 사회적기업 공모전이 사회 혁신의 아이디어 경연장이라면, 사회적기업의 꿈을 더욱 체계적으로 다듬어주는 지원노력도 활발하다. 예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학교도 생기고, 창업 인큐베이터도 가동되고 있다.

노동부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통합과정 10개 코스와 사회적기업의 전문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특화과정 9개 코스 등 전국에 모두 19개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이들 아카데미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대학과 연구소, 지역NGO, 사회적기업, 일반기업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 1차 아카데미 과정에 전국에서 600여명의 수강생이 참여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수강생들은 이미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기존 시민단체의 실무자,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관계자나 공무원,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 분포를 보여줬다. 30~40대가 전체 수강생의 3분의 2로 가장 많았지만, 20대도 전체의 16%나 차지했다. 특히 20대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해법을 추구하는 청년 당사자 조직 ‘희망청’(www.hopenetwork.kr)이 주도한 ‘체인지메이커 아카데미’에는 대학 재학생을 비롯해 20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하자센터(서울시립 청소년 직업체험센터)’는 공모전이나 아카데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 보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하자센터는 생태주의 문화공연 사회적기업 ‘노리단’과 요리를 통해 아시아계 이주 여성의 정착을 돕는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를 창업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청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 ‘창(創) 사회적창업프로젝트’(change.haja.net)를 시작했다. 노동부와 서울시,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과 협력을 받고 하자센터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10개 팀이 공공 문화 서비스 부문의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