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라니, 무슨 소리야. 그건 실패가 아니라 전구가 안 되는 재료를 90가지나 알아낸 아주 성공적인 실험이었다네.”

2000번이 넘는 실험 끝에 전구를 완성한 에디슨이 들려주었다는 실패에 대한 고전적인 명언 한 마디. 누구나 알고 있는 명언이 너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패의 효용’을 나타내는 데 이보다 더 분명한 일화는 없을 듯하다.

누구에게나 ‘실패’라는 단어는 참 힘겹다. 깜깜한 암흑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 ‘실패’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짚어내는 것은 그래서 참 힘들지만 중요한 과정이다.

칠전팔기. 부산에서 삼겹살집과 생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흥문(40) 씨에게 딱 잘 어울리는 말이다. 불황이라는 요즘에도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가게를 한 개도 아닌 두 개나 운영하고 있지만 그는 “지금의 안정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했다”며 오뚝이 인생사를 털어놓았다.

창업비용 2800만원. 테이블 5개. 그가 처음 운영했던 마산의 작은 호프집은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했다. 사실 그 이전에도 그는 1억원 가량 투자한 사업에 실패를 맛보며 7000만원을 모두 까먹고 야반도주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아픔 뒤에 어렵게 다시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실패'가 그 무엇보다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호프전문점 이후로 조개전문점, 노래방, 커피숍까지 손 안대 본 장사가 없어요. 조금 잘 되는 것 같으면 그 업종으로 바꾸길 거듭했죠. 3~4년 동안 업종 8번을 바꾼 적도 있었으니까요. 더 이상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강박관념에 그렇게 한 업종에 오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물론 장사가 잘 돼 높은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겨 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실패를 거듭한 적도 여러번이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두렵고 무섭기만 했던 실패도 자꾸 반복하다 보니 일련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조개전문점을 운영할 때 손님들이 조개가 덜 싱싱한 것 같다고 하는 거에요. 그런데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어요. 당장 얼마 지나지 않아 매출이 급감하더군요. 잠깐 커피숍을 운영할 때는 손님들이 의자가 불편하다고 하니까 저는 바꾸고 싶었어요. 그런데 돈 몇푼 아끼겠다고 그대로 뒀더니 또 바로 매출이 떨어지는 거에요. 손님들의 말에 무조건 해결책이 있다. 그 해결책은 즉시 개선해야 한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그 간단한 원리를 몸으로 익힐 수 있었던 거죠.”

때로는 그의 잘못이 아닌 자연재해로 인한 실패도 있었다. 그가 운영하던 호프집의 건물에서 화재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고가 발생해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1~2년 동안을 꼼짝없이 손님 없는 빈 건물을 지켜야만 했던 것.

“ ‘왜 하필 나에게’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억울했어요. 사실 장사하면서 겪는 고통이야 한두 가지가 아니죠. 순식간에 어떤 이유로든 상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고, 자기자본이 없으면 언제라도 힘들 수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실패를 거듭할수록 좌절해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어떤 순간에도 손님의 말에 귀 기울이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려는 긍정적인 자세.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절망을 빠져 나와 있는 내가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