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어릴 적 대들기 좋아하는 골칫덩이”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저녁식사에서 12살짜리 아들이 어머니에게 대든다. 화가 난 아버지가 물 컵으로 아들의 얼굴에 물을 끼얹자 “샤워시켜 줘서 고맙네요”라고 맞받아친다. 이 장면만 본다면 ‘싹수가 노란 아이로군’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아이는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다. 이 일화는 빌 게이츠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83ㆍ‘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 이번 주 출간 예정인 책에 소개된 이야기다.

25일 아버지 게이츠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세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자 자선사업가로 유명한 게이츠의 어린시절을 소개했다. 아들 게이츠는 어린시절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책 벌레였다. 그러나 11살 때부터 자신을 통제하려는 엄마에 맞서 싸우기 시작하면서 가정의 골칫거리가 됐다. 방 정리나 저녁 식사시간 지키기, 연필 깨물지 말라는 요구는 말다툼으로 번지곤 했다. 게이츠의 여동생은 “오빠가 성질이 못됐었다”고 말했다. 그 정점이 바로 12살 때의 ‘물 세례’ 사건이다.

부모는 결국 아들을 상담사에게 데려갔고 게이츠는 그에게 “자신을 통제하려는 부모와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상담사는 아들이 독립을 위한 부모와의 싸움에서 결국 이길 수밖에 없으니 그냥 놔두는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부모는 이를 받아들여 보다 자유로운 사립학교에 아들을 등록시켰고, 게이츠는 13세때부터 자유를 누렸다. 부모는 이후 아들의 조력자가 됐고, 그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MS를 설립하기 위해 뉴멕시코주로 옮겨갈 때도 이를 받아들여 줬다. 그러나 아버지 게이츠는 “모든 평범한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식이 학위를 따기 원했다”며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설명했다.

이 같은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게이츠는 MS 본사를 부모가 있는 시애틀로 옮겼다. 어머니는 게이츠의 집안 일을, 아버지는 변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MS 이사회에서 일할 사람을 물색하기도 했다. 게이츠가 많은 돈을 벌면서 어머니를 비롯 여러 군데서 자선사업 요청이 왔지만, 이때만 해도 회사 운영에 빠져 있던 그는 60세 이후에나 고려해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후 어머니가 1994년 사망하면서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1억달러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아버지 게이츠는 “아버지로서 내 집에서 내 음식을 먹고 내 이름을 사용하면서 자라난, 대들기 좋아하던 어린 아이가 장래에 나를 고용하는 사람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