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쪽박 차는 게 빠를까요? 창업으로 쪽박 차는 게 빠를까요?주식이 여차하면 쪽박 차는 데 제일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창업현장에 발을 들이고 나서는 그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점포창업이야말로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가는 한 순간에 땀 흘려 모은 돈을 모조리 날리고 마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오늘은 슬프지만 그런 쪽박창업 사례를 하나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입니다. 전화 한 통이 걸려왔죠. 주택가 1층에 위치한 유명프랜차이즈 제과점을 권리금은 주는 데로만 받고 팔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권리금은 주면 주는 데로 받겠다” 는 말에 “햐~ 이거 완전 A급 매물이 시장에 나왔군!!” 하고 말이죠. 요즘 의뢰 들어온 구입자(=예비창업자)들을 떠올리며 도대체 누구에게 이 황금매물을 선사할까 하는 달콤한 생각도 잠시 해보다가~~ 이 A급 매물을 던지는 진짜 이유가 뭘까 현장에 나가 조사해 보았습니다.

현장탐방을 나가서 주변상권을 돌아보고 점주와 상담을 해보니 답이 나오더군요.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업자, 프랜차이즈 본사, 부동산중개인 이렇게 3자가 합작으로 만든 “1년 만에 만든 쪽박창업” 이었습니다.1억6천 들여서 1년 만에 집기비용이니 인테리어 모두 포기하고 보증금만 5천 받아나가겠다니 이거야 말로 “쪽박창업”이지 뭐겠습니까?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이 창업자는 퇴직금으로 깨끗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하나 차려 가정을 유지할 결심했던 소박한 40대 가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점포 찾고 본사허가 받는 일을 전문 창업업체에 의뢰하자니 컨설팅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요. 그래서 어떻게 점포만 구하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거의 다 알아서 해주겠지 싶어, 먼 친척인 부동산 중개인에게 마땅한 가게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데요. 친척이 추천해준 상가점포는 신축이라는 이유로 주변상가보다 월세가 25% 쯤 비쌌지만 권리금이 없으니 돈 버는 거라는 친척 말에 덜컥 계약을 했죠.

그리고 친척이라는 중개인은 권리금 없는 점포 찾은 것이 자기 공이니 바닥권리 조로 1000만원을 달라고 했답니다. 가게도 맘에 들고, 내가 부탁한 걸 이제 와서 또 어쩌랴 싶어 1000만원을 주었다지요.고가의 제과 장비며 집기를 사고,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뽑은 인테리어 견적대로 인테리어를 했답니다. 문고리 한 짝 값만 20만원 짜리(양 쪽이니 40만원!) 강화유리통문을 쓰는 고급 인테리어로 도배를 하고 나니 가게야 그럴 듯 했지만 10평짜리 제과점 창업에 이래저래 1억 6천이 들어갔다지요.그런데 개점 초에는 속칭 오픈발로 100만원 넘는 일 매출도 올려 봤답니다.

그러나 곧 일 매출 10~15만원으로 덜썩 주저앉는 날도 잦아진거죠. 제과점 마진은 35%. 수익 이래 봐야 5만원 넘는 돈으로 제빵사 월급에 임대료 감당도 될 리가 없었죠. 나한테 제과점 창업은 실수였나 싶어 “그냥 얼마 손해 본 셈 치고 팔자” 하고 2개월 만에 가게를 매물로 내 놨답니다. 그러나 당연히 그 제과점은 팔리지 않고 벌써 8개월째 임대료에 생활비까지 사장에게 빛만 만드는 애물단지로 남아 있는 형편이 된 것입니다. 이 분이 제과점을 개점한 곳은 전형적인 주택가 상권이었습니다.

주택가 상권의 최대강점은 낮은 임대료로 고정비용이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적더라도 매출 대비 순익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시작부터 새 건물이라는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받아들였으니 그 강점은 애초에 포기한 것이죠. 게다가 그 지역 상권을 둘러보니 그 점포는 입지 자체가 제과점 업종으로는 맞지 않았습니다.

한정된 소비 인구가 있는 주택가상권에서 이미 가까운 주변에 다른 유명 체인제과점들이 입점해 있었습니다. 좀 더 세심히 입지 조사를 해보고, 동종업체간의 거리제한이라도 고려했다면 제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이 자리에 지점허가를 내 줘서는 안 되는 자리였던 것이죠. 동종업으로 인수인계를 해야 그나마 집기비며 고급 인테리어를 인정받을 텐데, 입지상 제과점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자리이니 팔려면 어쩔 수없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 매매 밖엔 안 되는 형편입니다.

끼고 앉아 있자니 임대료며 비용지출로 빛만 늘고, 팔자니 잘해야 보증금 밖에 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된 것이죠.제발 빨리만 팔아 달라고. 지금 카드깡으로 생활비를 대고 있으니 “더 이상 빛만 더 지지 말아야 택시운전이라도 하러 나가지” 프랜차이즈 본사도 영리 기업이니 인테리어 비용으로 어느 정도 수익은 뽑아야 할 테고, 영업하겠다고 신청하는 지점은 대충 어느 수준만 되면 허가해 주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그 제과점 프랜차이즈 지점개발 담당자. 솔직히 불러서 묻고 싶더군요.“당신이 창업할 자리면 여기다 진짜 제과점 개점 하겠어요! ” 라고.흔히들 제과창업이 다른 업종보다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창업 초보들이 많습니다.제과점은 시원한 매장에서 깔끔하게 편하게만 일하는 것 같죠? 그렇지만 근무시간만 따져도 새벽부터 개점해서 본사에서 빵 받고 빵 굽고, 폐점은 10시쯤 하는걸요. 술장사라고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맥주호프점은 오후에 문 열고 새벽에 문닫죠.

사실 밤 낮이 바뀐 것 뿐이지 잠자고 개인생활 하는 시간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잖아요?이번 사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업종이라도 차려만 놓으면 쉽게 돈 버는 업종은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내가 하는 창업은 ‘나 하나만 열심히 하면 적게 벌면 벌었지 돈 날릴 일은 없다”는 바보 같은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창업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