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반짝 창업아이템의 유혹 뿌리치기

창업시장에는 뜨는 업종과 지는 업종이 있다. 반짝 업종은 뜨는 업종인척 하지만 지는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막걸리전문점은 뜨는 업종이었다. 고객이 북적이는 막걸리전문점에 수많은 창업자가 눈을 빼앗겼다. 프랜차이즈꾼들도 이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우후죽순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겨났다. 거리는 순식간에 막걸리전문점으로 넘쳐났다.

그런데 그 많던 막걸리전문점은 다 어디로 갔을까? 막걸리전문점은 빠르게 다른 업종으로 교체됐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막걸리전문점은 수많은 반짝 업종과 아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소비 트렌드의 변화나 특별한 수요 증대가 있지 않았는데도 빠르게 확산됐다. 두 번째 가격파괴 업종이라는 점이다. 초기 막걸리전문점은 안주가 무료거나 아주 저렴하다는 컨셉이였기 때문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공짜의 유혹에 고객이 몰려들자 그 모습을 보고 창업자들이 서둘렀던 것.

과잉경쟁으로 업종 유망성 무너지기도
 해산물주점과 비교해 보자. 해산물 관련 업종은 상당히 유망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기존 주점의 업종 다각화로 고객 만족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금 해산물주점도 반짝 업종 대열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막걸리전문점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해산물주점이 주춤한 것은 과잉경쟁 때문이다. 뜨는 업종에 승차하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합류하는 수많은 예비 창업자가 만들어낸 결과다.

한 동네에 하나만 있으면 충분할 업종이 한 동네에 4~5개씩 들어서 경쟁하게 된다. 경쟁은 매출을 떨어뜨리고 가맹점의 매출은 본사의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본사는 수익성 악화로 연구 개발이나 마케팅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어진다. 매출 하락은 가맹점주의 의욕 상실로 이어지고 같은 동네에 경쟁점이 들어올 때마다 경제적 타격은 물론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는다. 장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매출이 떨어지면 곧바로 실패를 떠올리고 이겨내기 보다는 도망치려 한다. 그렇게 하면 괜찮은 업종도 대탈주가 시작되고, 업종의 유망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반짝 업종 수명은 2년 내외, 영세 창업자 몰락 위험 커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반짝 바람이 휘말리면 영세한 생계형 창업자들의 몰락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반짝 업종 수명은 2년 안팎이다. 길어도 3년을 넘지 못한다. 아주 장사가 잘됐다면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번 돈으로 먹고 살고 약간의 저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차를 탔다면 투자한 돈을 쪼개서 먹고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젊은층들에게 인기를 얻어 반짝하다가 이내 시들해지는 경우, 언론이나 매스 미디어의 힘을 얻어 잠깐 붐이 일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시류를 타고 나타났다 사라진 업종은 왜 그랬을까. 대부분 뜬다는 단기적 현상만 보고 사업철학 없이 소자본으로 뛰어든 사례들이다. 그런 창업자들의 몰락은 비단 뜨는 업종만이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단지 붐을 이룬 업종이라 눈에 더 잘 뜨일 뿐이다. 투자비가 적은 영세한 창업자들일수록 가격파괴형의 소형 유행 붐에 편승하기 쉽다. 이런 다양한 뜨고 지는 업종의 사례를 살펴보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어떻게 그런 현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하는 창업자 정신 필요
 소규모 창업은 급속한 변화에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라이프 스타일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소비자를 직접 접하기 때문에 소비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변신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만다. 또 진입장벽이 낮다. 지식이나 자본력, 기술력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의 자본만 갖추면 누구라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어 과잉경쟁에 휘말리기 쉽다. 특히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소규모 사업의 부침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뜨고 지는 업종이 가장 많은 분야는 단연 외식업이다. 우리나라의 외식업 비율은 전체 프랜차이즈의 50% 이상으로 아주 놀라운 수준이다. 프랑스의 프랜차이즈협회를 방문했을 때 협회 총책임자는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외식업의 비율이 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럽같은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외식업 비율이 낮다.

미국과 호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외식산업의 규모나 비중이 낮아서는 아니다. 프랜차이즈산업에서 외식업이 많지 않은 것은 패스트푸드처럼 표준화, 단순화, 전문화되는 업종이 아니면 프랜차이즈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과 맛, 분위기를 중시하는 것도 한 몫 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맛과 분위기는 둘째 치고 전통이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이곳저곳 떠도는 소비자들도 그런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소비자를 탓할 일도 아니다.  

생계형 창업은 고객의 욕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고객은 쉽게 시작해서 매출이 안 나오면문을 닫고 마는 외식업소가 아니라 정성을 다한, 철학을 가진, 고객의 만족에 최선을 다해 배려하는 음식점을 원하는 것이다.
 가맹점 숫자에만 연연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그리고 쉽게 그 배에 합류하려는 창업자들이 있는 한 외식업의 부침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창업자가 당연히 가져야 할 혁신 정신의 부재도 잦은 업종 부침의 요인이다. 슘페터는 창업에서 혁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창업은 기존의 업보다 더 진보하거나 개선된 것이어야 산업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옆집과 전혀 다르지 않고 똑같은, 혹은 오히려 더 못한 업소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나치게 무리한 서비스를 바라는 고객들도 문제긴 하다. 샌드위치 가게에서는 커피 한잔에 샌드위치 하나 값으로 8천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면서 셀프 서비스를 하는데 한식집에서는 7천원짜리 삼겹살을 먹으면서 식사 내내 열 번도 더 종업원을 부르고 빨리 오지 않으면 화를 낸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투자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옹색하게 투자해 놓고 거기서 소비자들에게 이것 저것 다 요구할 수는 없다. 앞으로 여럿이 공동 투자를 하더라도 사업자 이익 보다는 소비자 이익을 우선하는 투자 행태가 정착돼야 한다.

 조급함 버리고 사업철학 갖춰야
 반짝 붐의 또다른 원흉은 조급함이다. 컨설팅을 오랫동안 하면서 깨달은 사실 중에 하나는 ‘사업자가 브랜드를 포기하는 순간,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소비자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떠난다’는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건 가맹점이건 개인 창업자건, 자기 점포에 철학과 혼을 담지 않으면 절대로 장기적으로 번영하는 사업체를 만들 수 없다.

단기 유행을 막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게 사업 철학이다. 철학이 없는 점포나 가게는 중심이 없기 때문에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 소비자들은 사업자의 행동에서 투자에서 모든 것에서 그의 철학을 읽는다. 철학을 담은 사업자는 유행이 지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업종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맛없는 음식도 그냥 두지 않을 것이고, 자기 집에 찾아오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소매업에서 유행은 파도와 같다. 늘 밀려가고 밀려온다. 서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더 높은 파도를 더 즐기면서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연구 개발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그러면 사업자는 유행이라는 파도를 즐길 수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여 매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유행 반짝 붐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