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는 것이 남는 것

주방장이 독립해 차린 식당은 장사가 잘 될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방장 출신들은 음식 재료 원가를 잘 안다. 그래서 재료 원가를 기준으로 메뉴 가격을 정한다. 손해가 나면 바로 음식 재료를 아낀다. 그러다 보면 맛이 안 좋아져 결국 고객의 발길이 끊긴다. 아낀 게 다 돈이 되는 게 아니다. 음식 재료를 아껴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매출을 늘려 인건비.경비 비율을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탓이다.

'매출-비용=이익'이라는 공식과 '이익=매출-비용'이라는 공식의 차이는 실패하는 점주와 성공하는 점주의 차이와 같다. 전자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는 사람이다. 후자는 경영환경.투자규모.지역특성 등을 고려해 이익을 먼저 설정해 놓고 매출과 비용을 조절하는 창의적인 경영을 하는 주인이다.

이익만 내려고 고집하는 원가중심 경영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다. 메뉴 가격은 식당 주인이 정한다. 그러나 가격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장사를 잘하려면 '객 단가'보다는 손님 수가 더 중요하다. 현재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손님이 꾸준히 늘어나면 그 식당은 발전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손님을 늘릴 수 있을까. 바로 고객이 기대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퍼주는 전략'이 적절하다. 퍼주는 전략은 단순한 '가격 파괴'와는 다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 가격(Value Price)에 근거해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다.

주로 저녁에 술을 파는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아주 싼 점심메뉴를 내놓아 고객 방문을 늘리면서 자연스레 저녁 메뉴를 홍보한다. 아니면 술값을 확 내려 안주 판매를 늘린다. 반대로 안주 가격을 대폭 할인해 술 매출을 늘리는 전략도 괜찮다. 또 양은 조금 줄이더라도 잘 팔리는 메뉴를 이것저것 섞어 복합 메뉴를 만들 수 있다. 고객이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패키지 세트 메뉴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경기도 평촌의 한 호프집은 좋은 사례다. 이 호프집은 대학가 앞에 있는데도 늘 한산했다. 주 고객층인 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고가의 단품 메뉴만 팔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 세 가지를 9900원에 마음대로 골라 먹는 세트를 만들어봤다. 그랬더니 매출이 서너 배로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