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상업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살던 여고생은 어느 날, 동네 미장원에 갔다가 자신의 비전을 찾았다. 미장원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잠시 짐을 맡아 달라며 미장원에 들어왔다. 그런데 주인은 그 사람을 매몰차게 돌려 보냈다. 손님으로 왔던 여고생은 '나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 친절하게 대접하면 언젠가는 이 미장원을 다시 찾을 손님인데… 나도 미용을 배워 볼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미용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딴 그녀는 곧 작은 미장원을 열었고, 그녀의 친절한 서비스는 많은 고객을 불러 모았다. 1981년, 드디어 그녀는 성신여대 앞에 '준오헤어'라는 이름의 미용실을 열고 치열하게 일에 몰두했다. 헤어 디자이너 경력 10년차가 될 즈음, 솜씨 좋은 후배들에게 가위를 넘기며 경영에만 전념한 그녀는 준오헤어를 직원 수가 1,500명에 이르는 세계 2위 규모의 직영점을 거느린 뷰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일반 대기업에서도 강연자로 초청해 그녀의 경영법을 벤치마킹할 만큼 유쾌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멋쟁이 CEO 강윤선 대표(47세)를 만났다. 

사람이 재산이다
헤어 디자이너로 다년간 현장 감각을 단단히 익힌 강윤선 대표는 일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했다. 앞으로 미용업이 비전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녀는 경영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한 뒤, 제일 먼저 미용업계에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실천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기술을 배우는 시스템은 보조로 있으면서 자신의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것이 전부더라고요. 그런데 그 방법은 한 개인이 뛰어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 같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아니잖아요.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녀는 사재를 털어 헤어 아카데미를 설립했고, 준오헤어에 입사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곳에서 정해진 110 학점을 이수해야만 고객의 머리를 만질 수 있는 규칙을 만들었다. 배우는 과목도 기술적인 면만이 아닌, 심리학, 휴머니즘, 사회 트렌드 등 종합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을 짰다. 남들은 그렇게 교육시켜 놓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직하면 어쩌냐며 걱정했지만 그녀는 그 시스템이 앞으로 준오헤어를 지탱해 나갈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남편 몰래 집 팔아서 교육생들과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지만, 나는 사람에게 투자를 한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준오헤어를 있게 한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자기 계발에 박차를 가하다
상고를 나왔다는 사회적 한계에 빠질 법도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것을 자극제로 삼아 뭐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공부했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 필요한 정보를 위해서는 강연도 많이 들었고, 카운슬링, 심리학 등의 자격증도 땄으며 사람들과의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내 환경 자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나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중요한 것은 실행에 옮겼습니다. 예를 들어 GE의 전 CEO 잭 웰치가 '나는 인재를 구하는 데 내 힘의 80%를 썼다'고 어느 책에서 그랬다면 나도 그것을 받아들여 사람들에게 공을 들였습니다. 실제로 공동 대표로 있는 황석기 대표를 CJ라는 대기업에서 준오헤어로 스카우트를 하기 위해 유비 저리 가라 할 만큼, 근 1년 동안 '백고초려'를 했습니다. 사실 당장 황 대표가 준오헤어로 오지 않는다 해도 큰일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장기적으로 준오헤어의 비전을 볼 때, 그 일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은 '꼭' 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사춘기 시절, 큰 화상을 입어 12번이나 수술했음에도 강윤선 대표는 낙천적인 사고를 잃지 않았다.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지금의 그녀와 준오헤어를 있게 한 힘이라고 말한다. “거짓말 같겠지만 힘든 점이 정말 없었어요. 물론 속상할 때야 많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몸에 좋은 영양 주사를 맞을 때도 따끔거리고 아프잖아요. 인생도 비슷한 겁니다. 화상 때문에 여름에도 늘 폴라티를 입어야 하지만, 상처는 크기와 상관없다고 봐요. 그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한 것이죠. 어느 책을 보니까 사람들의 걱정 중 96%는 일어나지 않은 일, 이미 일어난 일, 바꿀 수 없는 일 등 쓸데없는 것들이랍니다. 나머지 4%가 걱정해야 하는 것들인데, 그것의 해결책은 '액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왕 실행하는 거라면 즐겁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난 나중에 사람들에게 '저 사람 참 웃겼다! 저 사람 참 재미있었어!'라고 기억되기를 꿈꿉니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야죠.” 올해 15개 직영점의 문을 더 열고, 보다 현장감 있는 교육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게 목표인 강윤선 대표. 그녀는 이미 충분히 재미있고, 웃기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