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성공하는 이유, 실패하는 이유

최근 난 휴대형 TV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내가 말하는 휴대형 TV는 예전부터 볼 수 있었던 거대한 안테나가 달리고 묵직하게 생긴 종류가 아니다.

PDA처럼 조그맣고 날씬한, 그러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TV. 3G를 이용한 완전 무선 비디오에 매달 시청료를 낼 필요도 없다. 기기 가격은 겨우 129달러. 카시오에서 나온 TV-1900이 바로 그것이다. 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 기기인가.

그런데, 이걸 직접 사서 볼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원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반드시 TV를 봐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들고 다니는' TV를 정말 사서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게다.

이런 기기를 개발한 카시오 측은 믿기 어려울 테지만,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TV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직장에 출퇴근하며,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택시 안에서 시간을 죽이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TV 시청에 몰입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휴대형 TV는 현실적으로도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채널 수는 한정돼 있는데다, 공중으로 신호를 받기 때문에 빌딩 사이나 터널로 들어가면 끊기기 쉽다. 즉, 휴대형 TV는 사용자 환경이 열악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TV에 '중독'이라도 돼 있다면, 혹은 사람들을 TV에 '중독'되도록 만든다면 이런 것은 별 문제가 되질 않는다.

내가 보기에 카시오의 휴대형 TV는 성공 가능성이 적다. TV 방송은 기본적으로 브로드밴드 무선 서비스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쌍방향성'이 전혀 없는 매체다. 휴대형 TV를 개발한 업체들은 무선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들의 광고 선전을 듣고 있으면 무선 인터넷, 스트리밍 영화와 오디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면서도 쌍방향성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다.

결국, 휴대형 TV는 기존에 우리가 보고 듣던 TV와 라디오 콘텐츠를 그대로 휴대형 기기 안에서 보여 주겠다는 의도 뿐이다.

자고로, 새로운 매체를 통해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매체의 기술적 특징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이란 매체에서 성공했던 신기술들은 모두 인터넷의 특성을 너무도 잘 이용한 경우였다. 이메일, 인스턴트 메신저, P2P 네트워킹, 네트웍 게임, 그리고 이베이. 이들은 모두 인터넷이란 매체가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들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탄생한 신기술들이면서, 인터넷 매체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세계 모든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연결해 주고 서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의 특성. 이런 특성이 성공한 신기술에 그대로 접목됐던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신기술이라고 그 신기술을 이용한 모든 사업의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즉, 신기술을 이용한 사업은 오직 매체에 대한 특성 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매체의 특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냅스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냅스터의 지지자들은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냅스터가 사람들 사이에 그토록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P2P 기술이 아닌, 공짜 음악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