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성공 키워드, 전(戰)

연말이 되면 늘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한 해 동안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쓰였을법한 단어를 비교해 보는 일이다. 여기에 나타난 단어를 키워드로 다음해의 경기를 전망해 내기 위한 필자만의 방법 가운데 하나다.

2009년 11월 어느날, 전 세계 매체 뉴스가 고루 검색되는 구글에서 war(전쟁)을 쳐봤다. 불과 0.18초만에 올라온 글이 9억 4천만개나 됐다. 반면에 peace(평화)는 0.38초 이내에 쓴글이 2억 7천만개였다. 단순비교를 해봐도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에는 prosperity(호황)과 depression(불황)으로 검색했더니 3천 7백만개(0.35초)와 1억 1백만개(0.30초)였고, 여기에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즉 더블딥(double dip)을 불황에 합했더니 호황보다 6배 이상이나 검색 됐다. 동일한 방법으로 검색한 compromise(화해)와 violence(폭력)은 각각 4천 4백개와 1억5천개로 3배의 차이가 났다.

같은 시각, 오바마는 2억 6천개였으며 창업(startup)은 4천 5백개에 머물렀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왕접견 때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는 톱뉴스가 인터넷을 달굴 때의 조회건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 불황, 폭력 등 전투적인 용어들이 세계인의 화두가 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단순검색 방법이라 건수로 분석할 수는 없지만 세상이 험해지고 각박해져 가고 있다는 증거임은 분명해 보인다. 요즘은 끄떡하면 전쟁(戰爭) 자(字)가 붙는다. 폭력과의 전쟁, 정부와의 전쟁, 바이러스와의 전쟁 등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점잖아야 할 국가마저 전쟁을 밥먹듯이 하니 힘없는 자연인들은 오죽하겠는가? 말끝마다 험한 말이 줄잇는다.

언젠가 세미나에서 한 기업인은“요즘 같아서는 자폭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말할까 싶기도 하지만‘전쟁’이 가져다 준 사회적 병리현상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요즘‘사업도 전쟁’인 듯 싶다. 어떻게 해라도‘공짜로’약한 회사를 삼켜볼 심산으로 덤비는 기업도 있고, 물불 안 가리고 줄을 대서 눈먼 돈을 땡겨 보려는 기업가도 있다.

돈 좀 투자했다고 기업이 자기소유인양 CEO를 입맛대로 갈아치우는 투자자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CEO는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몫부터 챙겨보려는 사람도 자주 목격된다. 이런 환경에로가 전쟁을 하지 않고 어떻게 자리를 지탱하겠는가.

사실 전쟁은 일부에게는 절호의 돈 버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도전의식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창업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과거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악의 축’을 들먹여 가면 확전으로 몰고가는 것은 군수업자들의 로비 때문이며 6.25로 인해 일본이 국으로 도약했듯이 테러를 빌미로 미국이 불경기를 호전시키려는 의도도 다분하다는 의견도 많다.

몇 년 전 대학입시는 논술과 면접에 상당부분 당락이 좌우된다니까 논술학원이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잘나간다는 논술 사 N 씨는 논술 하나로 연 25억을 벌어 8억 이상을 세금으로 냈다고 한다. 논술은 하루 이틀 교육 받아 될 일이 아닌 듯한데도 수험생 1인당 30만 원에 60만 원까지 갖다 바친 셈이다.‘입시와의 전쟁’틈바구니에 이렇듯 돈을 쓸어 담은 것이다.

몇 년 전 한국창업컨설팅협회가 주최한 박람회에 가장 인기 있었던 업종 가운데 하나는 ‘키오스크 커피점’이었다. 이 업종의 성공비결은 취업전쟁과 창업을 적절한 컨셉트로 엮어냈다는 점이다. 취업을 못한 청년실업자들이 1천만 원 이하의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한 아이템이라는 얘기다. 취업전쟁을 잘 활용한 틈새업종인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대표적인 히트사업은 무엇으로 귀결될까? 아마도 벌처(Vulture)로 귀착되지 않을까 싶다.‘불경기와의 전쟁’에 쓰러진 기업이나 약한 기업들을 거저 인수합병(M&A)해 주는 사업 말이다. 미국이나 일본도 회복여부가 그리 밝지 않으니 내년에도 여전히 벌처비즈니스는 잘나가는 사업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너도나도 벌처비즈니스에 뛰어들 수는 없겠지만 전투라는 키워드로 틈새를 찾아보면 그래도 몇가지 아이템은 떠오를 것이다. 재고정리 대행업, 청산대행업, 업종전환 컨설팅업 등도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사업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불경기와의 전쟁에 이겨라. 그렇지 않으면 언제 독수리가 낚아채갈지 모른다. 당신은 창업하려 하는가? 그렇다면 전쟁에 쓰러진 군상(群像)들을 주시하라. 그 속에 아이템이 있으리니. 마치 독수리가 높이 올라가 먹이를 찾듯이, 어차피 우리는 전쟁 속에 살고 있는 이상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