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다가온 봄내음과 상쾌한 바람!!

경인년 새해에 기대를 걸어본다. 백호의 해를 맞이하여 모두가 한 번쯤은 기대를 걸어 보았으리라 생각이 된다. 올해는 무언가가 꼭 이루어질 것 같은, 왠지 무엇이 될 것 같은 확신!! 돌아보면 된 것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고...그래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왜일까?

아침 일찍 새벽바람 맞으면서 거리를 달려본다. 코 끝에 닿는 바람이 봄내음과 함께 한결 상쾌하다 어느새 봄이 코앞에 왔어도 우리는 너무 무감각하게 모르고 살았나보다. 벌써 달력은 3월을 가리키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사실은 어떻더라도 상상만큼은 좋게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한껏 기대하면서 생각에 잠겨본다.

이른 아침 버스에 올라본다. 재래시장에서 한 봉다리의 짐을 들고 오르는 할머니의 짐 속에서 비릿한 생선 비릿내와 달콤한 봄나물의 향기가 살며시 풍겨온다. 조용히 들려오는 버스 내의 음악소리가 오늘은 명쾌하게 들려온다. 제법 들어줄 만하다. 얼만큼 가서 할머니가 내리자 젊은 사람이 대신 짐을 내려주고 할머니는 웃음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요즘도 저런 젊은이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역앞에서 내리면 호두과자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냄새는 엄청 맛있게 느껴지고 사먹고 싶어진다.

막상 사먹어 보면 냄새만큼 맛이 없다고 느낄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늘 속아서 사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역에서 전철을 기다려 본다. 얼마 전만 해도 제시간에 도착하는 적이 없던 전철이다.

오늘은 제시간에 오려나 은근히 기대해 본다. 이윽고 시간에 맞추어 큰 얼굴의 코끼리와 뱀의 몸체를 가진 기차가 흰 연기를 뿜으면서 달려 들어온다. 시간에 맞추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제법이다.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열차의 카페칸에는 사람들이 아침을 못먹고 기차에 올랐는지 애법 사람이 많다.

그래도 모두들 얼굴은 활짝 피어 있다. 세상은 이래서 살만한가 보다. 은은한 커피향,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향내가 그리 싫지만은 않다. 창밖의 풍경이 벌써 봄은 나를 지나서 저만치 가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란 진달래의 꽃망울이 살짝 귀여워 보인다. 기차를 내려 도시지하철로 옮겨 탄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건을 파는 분의 우렁찬 소리와 그 옛날 즐겨듣던 팝송과 우리의 가요가 번갈아 울려 퍼진다. 사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듣기에는 너무 좋다. 그 울려나오던 팝송은 젊어서 얼마나 목메어 부르던 노래인가?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잡상인의 물건 팔지도 사지도 맙시다 하지만 그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가 아닐까?

실업자도 많고 노숙자도 많은데 저렇게라도 먹고 살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차라리 규정을 만들어 산매 방법이나 판매시간을 정해주어 규칙적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리고 타는 사람이 많은 역이다. 저 내라고 타는 속도 때문에 전철이 시간을 맞추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는데 우리는 알고 있는지.....

자리에 않으려고 사람들이 다 내리지 않았는데도 타는 사람이 있다. 출퇴근길에 엉키면 짜증이 많이 날 텐데 안타깝다. 전철역에 내려 본다. 노숙자들이 전에 보다도 훨씬 많아진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을 하던 사람일까? 왜 노숙자가 되었을까? 왜 자기들의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씻지 못한 얼굴, 남루한 옷매무새, 더러워진 손과 술에 찌든 얼굴색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무엇이 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언제쯤 저런 분들이 없어지게 될까?

힘든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집으로 향한다. 오늘도 어렵고 힘든 하루가 갔다. 똑같은 하루의 일과가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도 나의 작은 행복이 있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찾아본다. 지겹고 똑같지 않은새로운 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루의 일과를 다시 바꾸어 보겠다고 머릿속에 계획을 세워가면서 쏟아지는 잠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소리치면서 깊은 잠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