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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성공조건
2014년 09월 16일 (화) 16:11:56 열린창업신문 dong630510@naver.com

창업의 성공조건

집이나 배를 지으려면 먼저 설계도를 준비해야 한다. 창업, 즉 사업을 시작하는 데에도 먼저 설계도가 필요하다. 창업의 설계도를 사업계획서(Business model)라고 한다. 나는 청년창업이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서울대에서 가르친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기말시험 대신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도록 한다.

사업계획서는 청년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 학생들이 파워포인트로 사업계획서를 발표할 때 나는 스크린을 보지 않고 발표하는 학생을 보면서 세 가지를 관찰한다. 첫째는 학생의 눈, 둘째는 학생의 입, 셋째는 학생의 말이다. 영롱하게 빛나는 눈에서 열정을 보고, 흔들림 없이 든든한 입에서 정직성을 보며, 발표 내용을 정교한 용어로 구사하는 말에서 전문성을 본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여러분이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열정, 정직성,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 중 한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하겠는가?” 학생 대다수는 전문성을 포기한다. 이에 동의한 나는 두 번째 질문을 한다. “열정과 정직성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학생들 간에 답변이 엇갈리지만 대개의 경우 정직성을 포기하겠다는 편이 4대 6정도로 더 많이 나온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한다. “이번에는 투자자 입장이 되어보라. 여러분은 창업자의 열정, 정직성, 전문성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이 중 한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하겠는가?” 학생 대다수는 전문성을 포기한다. 이에 동의한 나는 두 번째 질문을 한다. “여러분이 투자하려는 창업자의 열정과 정직성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첫 질문에 대한 답변과 달리, 열정 보다 정직성을 가진 창업자에게 투자하겠다는 쪽으로 학생들 의견이 모아진다.

두 질문을 끝낸 후 학생들에게 얘기해준다. “창업자는 어항 속 금붕어 같은 존재이다. 금붕어가 눈을 깜빡이거나, 꼬리를 살짝 흔들기만 해도 우리는 금박 알아 차린다. 마찬가지로 창업자가 가진 생각을 투자자는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창업자는 투자자를 속이려 해도 안되고 속일 방법도 없다. 열정이나 전문성은 많고 적음의 문제이지만, 정직성은 있고 없음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직성은 창업의 필요조건이자 출발점이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아예 창업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은 내 의견에 동감해준다.

정직성은 무엇인가? 쉽게 들통나는 거짓말, 까만 것을 하얗다고 하는 거짓말쟁이는 우리 주변에 별로 없다. 창업자가 자칫 하기 쉬운 거짓말은 앞으로 사업을 해나가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투자자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보통 창업자는 미래에 일어날 일 중에서 낙관적이거나 좋은 이야기는 잘 하지만, 비관적이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일들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나쁜 마음으로 숨기려 한다기 보다는 투자자를 불필요하게 마음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취지에서 안 하는 것이다. 이러한 창업자들은 성공하기 어렵다.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스스로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투자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길도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을 의도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사람을 보통 ‘사기꾼’이라고 부른다. 의도적으로 어려움을 숨기는 사기꾼이건, 투자자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얘기하지 않는 마음 약한 사람이건 결과는 같다. 실패한 창업자이다.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 학생들 중에서 장래 닥쳐올 어려움에 대해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학생을 발견하면 그를 엔젤이나 창업투자사에 소개해준다. 이런 창업자를 선택한 투자자들은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면서 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된다.

창업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열정적인 눈을 가지고, 솔직하게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하는 사람이다. 사업계획서를 잘 만드는 사람에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정직한, 흔들리지 않는 입을 가진 사람에게 투자한다면 그 투자에서 성공할 확률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출처 :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메커니즘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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