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식당도 레시피가 필요하다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던 허름한 중국집이 있었다. 바삭바삭한 탕수육으로 유명한 집이었는데 음식에 정성 가득, 부부의 따뜻한 마음까지 덤으로 내어 주던 곳이었다. 그랬던 부부가 건강을 이유로 중국집을 양도하게 되었다. 비록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름이 같은 덕에 얼마간은 성업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이 문을 닫았다. 한 달이나 계속되었다. 주방장이 그만둬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번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맛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예전엔 맛이 좋았는데 이제는 형편없다며 그나마 찾아오던 고객마저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영영 문을 닫게 되었다.

[사장이 주방을 알아야 한다]

예비 음식점 사장님들께 항상 당부드리는 말씀이 있다. ‘오픈 후 최소 3개월간은 주방에서 근무하라’는 내용인데 사장이 모든 걸 할 수 있어야만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가능하며 주방장이 앞치마를 벗어던지는 상황이 와도 영업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장이 주방을 안다면 적어도 문 닫는 일은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직원이 바뀔 때마다 맛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레시피 이래서 필요하다]

레시피란 메뉴 조리법을 말한다. 레시피가 있다면 누구나 조리가 가능하다. 정해진 순서만 따라 하면 금세 메뉴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 뿐이 아니다

1. 일관된 맛을 낼 수 있다.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레시피에 식재료 정량이 표기되어 있고 정확한 계량도구마저 갖춰졌다면 금상첨화다.

2. 직원이 바뀌어도 쉽게 가르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레시피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레시피에 적혀있는 순서대로 짚어주기만 하면 누구나 유능한 선생님이 된다. 직원이 먼저 레시피를 보고 궁금한 점을 묻게 한다면 교육시간마저 단축시킬 수 있다.

3. 원가 안정이 가능하다.

레시피가 없는 집은 대부분 손대중으로 계량한다. 그렇다 보니 제공량이 들쭉날쭉해지기 마련인데 레시피가 있다면 정량 제공이 가능해져 원가가 안정된다.

4. 조리 속도를 높이고 실수를 예방한다.

레시피 대로 조리하면 메뉴의 제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조리 실수로 음식이 버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데 만일 특정 메뉴에서 실수가 많이 발생한다면 이 방법이 좋다. 레시피를 코팅한 뒤 조리대 앞 벽면에 부착해 놓으면 누구라도 실수 없이 조리할 수 있다.

5. 작업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

레시피가 있다면 알 수 있다. ‘아! 이 양념이 여기에도 쓰이고 여기에도 쓰이는구나. 양념 배합 시 한 번에 만들어 두면 되겠다’. 두 번 작업할 것을 한 번에 작업하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레시피 만드는 방법은?]

1. ‘재료 및 중량’과 ‘조리과정’으로 구분

재료 및 중량에는 실제 들어가는 재료명과 중량. 규격 및 계량 변환 등을 기재하는데 이때 조리 시 재료가 들어가는 순서대로 재료명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조리과정을 보면 재료 및 중량에 기재된 순서와 같이 볶음 팬에 떡볶이 떡, 쇠고기, 볶음간장 순으로 나열된 것을 볼 수 있다. 뭐든 순서가 일치해야만 빠른 숙지가 가능하다.

2. 적절한 계량도구를 갖춰라

레시피를 만들었지만 정확한 계량이 어렵다면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 정확한 계량을 위해서는 적절한 계량도구를 갖추는 것이 좋다. 볶음간장에 15ml 계량스푼을 비치한 뒤 4번 넣으라고 하면 누구나 정량을 넣을 수 있다.

3. 메뉴 사진을 첨부하라

레시피에 메뉴가 완성된 사진을 첨부하면 메뉴가 제대로 만들어 졌는지 뭔가 빠진 것은 없는지 최종 점검이 가능하다.

레시피는 더 이상 호텔이나 프랜차이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작은 식당에서도 레시피가 필요한 이유이다.

출처 : 현성운 - 외식 CEO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