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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2020.11.29 일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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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정책자금과 혁신의 조건
박동열 dong630510@naver.com

창업정책자금과 혁신의 조건

고객이 얻고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혁신

자금 조달 압박감에 '혁신 정신' 잃어선 안돼

스타트업은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어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라고 한다. 잘 알다시피 10여 년 전부터 정부가 저성장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창업 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해왔다. 지난 시기 동안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많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면서 창업지원정책이 더 체계화되었다.

특히, 여러 부처에 나뉘어져 있던 청년창업관련 정책들이 중기부를 중심으로 잘 정리되었고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로부터 중장년 재기 창업자들까지 더 일체화되고 체계화되었다.

다양한 창업정책자금 구할 길 열려

창업자들은 창업단계에 따라 초기 3년~5년 동안에는 예비창업자패키지로부터 시작해서 창업성공패키지(청년창업사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으로 이어지는 창업정책자금을 순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중기부 자금 뿐만 아니라 문화부, 과기부, 산업부의 자금도 있으며, 지자체 자금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자금만 있는 게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엔젤 투자를 비롯한 초기창업투자가 엑셀러레이터 제도로 통합·확대되면서 이전보다 창업 기업이 초기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중기부가 법제도를 바꾸어서 설립요건을 대폭 완화해 자본금 1억 원에 상근 전문인력 2명을 갖추면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현재 엑셀러레이터가 200개사를 넘어섰다. 게다가 엑셀러레이터가 투자한 창업기업에 정부가 R&D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제도가 더 강화되고 활성화되고 있어 창업 기업의 빠른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보다 잘 짜여진 창업생태계를 보노라면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가 왔다’라고 하는 말이 허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창업 멘토들을 만나보면, 농담 반 진담 반 ‘괜찮은 아이템만 있으면 창업 안하면 손해’라는 말을 심심찮게 건네기도 한다. 요컨대, 창업정책자금이 창업자에게 창업 의지를 현실화하고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에는 그 역할이 부쩍 더 중요해진 것 느낌이 든다. 이쯤 되면 애초 의도대로 정부정책자금을 잘 지원하면 창업기업의 성공 확률은 높아지는 것인지, 창업자들의 혁신 노력이 강화되는 것인지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금, 창업 성공에 핵심요소일까

일반적으로 사업의 필수조건 세 가지로 드는 기술, 사람, 자금 중 자금조달이 우선적으로 해결되면 다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사업을 해 본 사람들의 의견이나 경험을 들어보면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업의 현실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실제로 정부정책자금을 수행하고 있는 창업 팀의 현실을 보면 더욱 생각이 복잡해진다.

왜 그럴까. 지난 해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린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 강사로 초빙된 성공 벤처 대표 중에 인상적인 분이 있었다.

7년 가까운 노력 끝에 쇼핑몰 관리 솔루션을 잘 개발한 그 대표는 수백 개의 업체에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여 주위의 인정을 받는 분이었다. 그는 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초기 스타트업이 자신의 s/w제품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강의를 했다.

강의 끝 무렵, 자신의 성공 요인을 물어보는 수강생의 질문에 여러 요인들을 설명하면서 그 중에서 정부 창업 지원 자금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려고 노력한 것도 주효했다고 강조한 게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자신도 사업초기에 창업자금을 받아봤는데, 사업 계획에 맞게 사업자금을 집행하고 개발하다보니 애초에 자신이 하고픈 방향으로,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데 지장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사업을 진전시키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창업자금을 받지 못하면 자금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본인이 개발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결심했다는 것이었다. 그 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버틴 결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창업정책자금, 눈 먼 돈 아냐

이 대표의 고백이 새삼 떠오르게 된 건 초기 창업자들을 멘토링 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창업자금을 받은 창업자들은 모든 게 서투르기 때문에 사업 계획을 세운 대로 진행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4대 보험 서류 작업에서부터 개발외주 업체 선정까지 이전에 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사업비 사용에만 급급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처음에 가졌던 혁신 의지는 많이 꺾이게 되고, 실제 사업 기간 동안 하고자 했던 계획들을 문제 생기지 않는 수준에서 마무리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창업 정책 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자금이기 때문에 허투루 사용되어져선 안 된다. 때문에 여러 가지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눈 먼 돈’이라고 함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또, 통계적으로 보면, 이런 정책들을 통해서 창업자들의 어려움이 완화되고 이전보다 성공확률이 좀 더 높아지고 실패한 경우에도 어려움을 덜 겪게 되는 건 확인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러한 틀 속에서 움직이다 보면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주 무기인 ‘혁신 정신’을 현실화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들이 많다. 혁신과 관련하여 초기에 쌓아가야 할 경험의 폭이 좁아지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혁신이 핵심이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기술개발에 발맞춰나가야 하고 이 기술을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도 해야 한다. 작은 기업이 이 일을 해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비고객 시장(이전에 고객이 아니었던 영역)을 찾아서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위해서 상품의 효용 즉, 고객이 얻고자 하는 것(Jobs to be done)을 명확히 알아야 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디커플링(Decoupling)'의 저자 탈레스 테이셰이라 교수는 기술혁신도 중요하지만, '시장 파괴의 주범은 신기술이 아닌 고객'임을 강조하며, "혁신은 고객이 한다"고 말한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쉽지 않은 명제이다. 정책자금을 받은 창업가들이 이러한 혁신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 걸림돌이 되는 건 없는 지 좀 더 잘 살펴볼 일이다.

창업자들은 지금의 길이 그 길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히 방향을 틀 줄도 알아야 한다. 성공의 길은 넓지 않고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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