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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 '험한 일' 취급받던 도배사 인식 전환 도배사 도전하는 청년들

"여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직" "땀 흘려 일하며 돈의 소중함 느껴"

"대학 나와 그런 일 왜 한대?", "아깝지 않아?"라는 말은 20대 도배사 배윤슬 씨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그의 부모는 지인으로부터 '따님이 그런 일 하는 사람하고 눈 맞아서 결혼까지 하면 어떻게 하시게요?'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배 씨는 이화외고,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도배사로 전직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그런 일'이라는 단어 속에 편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몸 쓰고, 땀 흘리는 일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제가 해보니 사라지지 않는 기술을 몸으로 터득하는 것"이라며 "그게 값지고 가치 있고 대단한 일이라는 걸 해보니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험한 일 혹은 막노동으로 치부됐던 도배사란 직업을 택하는 청년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튜브 열현남아에 출연한 김스튜 씨(27)는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도배사가 된 지 2년 차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초밥집, 패스트푸드, 백화점, 사진 모델, 사진 기자 등 10개 넘는 아르바이트를 해봤는데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한 게 없었다"며 "이런 시기를 거쳐 도배사로 입문하고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그는 "많은 일을 해봤기에 제 적성에 맞는 건지 알 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해본 일 중에 가장 재밌고 제일 오래 하고 있다"고 했다.

도배사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김 씨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다른 직업은 자격증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많이 든다. 도배학원에 등록하면 현장으로 연계해 주는데 여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수입에 대해 "일당 7만 원으로 시작해 한 달에 15~20일 정도 일했다. 일이 없으면 도배사들이 모인 밴드에 글을 올려 일을 구했고, 현재 순이익은 한 달에 400~500만 원 사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또래에서 제가 가장 많이 벌고 있다"며 웃었다.

남성 근로자들이 많은 현장에서 여성 도배사로서 어려운 일도 있었다. 김 씨는 "리모델링 중인 집이 많은데 변기가 없는 곳이 40%다. 남자분들은 나가서 해결하시는데 여자는 보통 관리소에 가거나 나가야 하니 20분이 걸린다. 민폐라 거의 참는 편"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씨는 도배사란 직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조언했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다른 일을 도전하려 해도 스트레스가 많더라. 안락함과 안정감을 포기하고 기술직에 도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매일 일을 따야 하고 불한 한 곳이지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40대 여성 이지연 씨는 영어강사로 근무하다 도배사로 변신한 케이스다. 이 씨는 경기도일자리재단 숙련건설기능인력 양성사업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도배사가 됐다.

이 씨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인데 안정적으로 오래 일 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해 도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직업멘터리에 출연한 30대 도배사 이현태 씨는 손 풀칠을 하고 일당 3만 원을 받으며 도배를 배웠다. 13년이 넘은 지금 인테리어 업체의 대표가 됐다.

현재 매출에 대해 이 씨는 "성수기 때는 2000~2500만 원 정도다. 순수익은 절반 정도"라며 "일반 직장인들보다 많이 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일로 인해 와이프도 만나고 매장도 차리고 집도 살 수 있었다. 땀 흘려 일하다 보니 돈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와서 착오를 겪는 게 오면 바로 일당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 오면 청소, 허드렛일밖에 없다"라며 "도배를 배우려면 1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도배사 인건비는 밥값 포함 23만 원인데 처음에 오면 절반 정도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 기간을 힘들어해서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다.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