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레스토랑

최근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정 테마를 가진 각종 미술품과 소규모의 음악회를 개최하는 복합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의 레스토랑에서 미술품이나 음악은 인테리어를 위한 조형물과 소음을 줄이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좋은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돈까스’라면 껌벅하던 세대들이 슬슬 각종 나물의 향내가 그리워지는 장년층으로 성장하면서 이들의 발길을 돌리는 방법이 단순한 음식의 맛으로는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더군다나 아직 친숙도가 무르익지 않은 연인의 길목에 있는 고객들에게 무엇인가 공통의 화제 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더욱 눈길을 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역의 고벽돌을 활용해 고전적, 현대적 그리고 자연친화적으로 건축되어진 아름다운 공간을 가진 한 레스토랑은 각 층마다 각기 다른 느낌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맨 위층에 음식을 즐길 공간을 준비했다. 주말에 찾은 이곳에서 고객들은 1층부터 3층까지 여유 있게 거닐며 각종 미술 작품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주말 산책을 나왔다는 한 부부는 오늘처럼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주말에는 야외로 소풍을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볼거리로 아이들의 정서를 일깨워 주는데 이보다 나은 공간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반 미술관에서는 아이들이 혹여 소란을 피울까봐 걱정이 앞서지만 이곳은 워낙 가족단위 고객이 많아 어느 정도의 소음은 서로들 눈감아 주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다고 귀띔한다.

1층은 마티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마티스의 판화를 즐길 수 있고, 2,3층에서는 곧게 퍼져 있는 나무와 벽돌사이를 따라 Picasso, Chagall, Miro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1~4층 어디에서라도 같은 음향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음악과 미술을 함께 즐기기에 충분하다.

이곳의 점주는 “저는 이곳을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만이 아니라 나눔과 베풂의 컨셉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나누고, 베푸는 모든 것들을 같이 체험하는 것이죠.”라는 말로 이곳의 공간 구성이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곳처럼 전문 미술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점주가 그간 모아온 각종 옹기들을 전시한 레스토랑, 자신의 취미인 퀼트를 이용해 쿠션과 방석, 그릇 받침대, 화장실의 손수건과 각종 인테리어 장식품까지 하나하나 만들어 내어 장식한 퀼트레스토랑까지 고유한 특색을 가진 레스토랑들이 고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 퀼트레스토랑의 중앙테이블에는 주인이 작업중인 각종 작품들이 늘어져 있는데, 고객들은 방문 때마다 나날이 완성되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눈을 반짝인다. 이 덕분인지 유독 여성 고객이 많아졌다는 이곳에는 어느덧 퀼트 동호회까지 생겨났다고 하니 고객과의 친밀도를 늘리는데 최선의 방안은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삶은 라켓볼과 같아서 자기가 치는 대로 되돌아온다. 그런 까닭에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인생의 나머지 시간을 가장 열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한 열정의 대가로 아름다운 노년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라고 전경일이 그랬던가. 삶이 그러하다면 그 안의 일부인 사업도 그러할 것이다. 고객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