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고기요리점

얼마 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연인과 시간 보내기 가장 좋은 방법’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는데 그 대망의 1위는 ‘영화보기’였다. 전문가(?)의 견해로는 같은 대화의 주제를 찾기 힘든 초보 연인들이나, 같이 시간을 보낼 마땅한 방안이 없는 약간의 권태기(?)를 맞이한 연인들이 흔히 택하는 데이트 코스가 바로 영화라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연인간, 가족간 놀 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반증인데 이를 기반으로 외식업체의 성공 포인트를 예상해 보면, 이제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라 즐길 거리, 대화거리를 함께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트랜드는 레스토랑이나 퓨전 음식점뿐만 아니라 갈비와 생고기 등을 판매하는 전통 고기집의 서비스 구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먼저 탁 뜨인 야외의 산과 들이 주는 품새의 멋스러움에 한동안 눈길을 빼앗기고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 중간 중간 연결된 기차레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순한 인테리어 장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레일은 단순히 볼거리가 아니라 음식을 손쉽게 배달하는 독특하고 훌륭한 매개체다.

그러나 이곳의 특이성은 단순히 이러한 외관이 아니라 먹는 시간보다 이를 위한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운동이 부족했던 아빠들의 진땀을 빼게 하는 장작 패기부터 고기 굽기, 각종 반찬과 야채로 상을 차리는 것까지 모두 일행들의 자발적인 역할분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셀프 바비큐’를 모토로 하는 것인데, 전라도 장수에서 한 마리 통째로 올라오는 흑돼지를 부위별로 꼬챙이에 끼어 두었다가 한약 소스를 발라 재워두는 작업이 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부다. 손님이 참나무를 패는 준비 작업부터 참나무에 불을 붙여 화덕에서 맛나게 구워내고, 천연 대리석에서 고기들의 꼬챙이를 떼어내어 음식을 완성하는 일까지 모두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셀프서비스를 시도하기 힘든 일행은 할인 없이 제값을 내고 직원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 식사 값에서 20%를 저렴하게 먹을 수는 셀프서비스는 단순히 금전적 할인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데 더 의의가 있다는 고객들의 평이다.

가격대는 셀프바베큐 2인분을 기준으로 하면 흑돼지는 일반이 이만원이고 셀프의 경우 만오천원으로 할인된다. 돼지갈비는 일반 만오천원, 고급삼겹이 일반 이만원, 닭한마리는 일반 이만원, 일반삼겹이 일반 만오천원인데 고객이 직접 셀프서비스할 경우에는 각각 오천원에서 칠천원의 할인이 주어진다. 이밖에도 닭날개, 오리, 소세지, 버섯, 찌개, 소면까지 준비되어 있는데 이들 또한 각각의 감칠맛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얼마 전 비행청소년의 환경적 특성을 분석한 서울가정법원의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가족간 평균 대화 시간 조사에서 ‘가족간 대화가 전혀 없다’라는 항목을 선택한 비율이 일반 학생 4.7%의 4배가 넘는 17.9%로 추산되었다. 이는 가족간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데 동일 설문에서 부모나 보호자와 대화가 없는 주요 이유에 대해 ‘가족간 대화 거리 부족’을 1위로 선택해 가족간 공통의 화제의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이제 외식업계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요 상품인 음식과 함께 즐길 거리, 대화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어느 음료 CF의 유명 카피처럼 단순한 음식의 제공만으로는 ‘2% 부족’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