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전문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은 단순한 경구가 아닌 듯싶다. 식품학자들조차 색을 이용한 음식 궁합을 강조하는데 음식의 맛을 돋우는 레드와 오렌지, 식욕을 감퇴시키는 블루, 달콤한 맛을 강하게하는 엘로우, 약간의 쓴맛을 강조해 식욕을 자극하는 그린, 음식의 신선도에 대한 느낌을 감소시키는 블랙, 바이올렛 등 색에 관해 인간이 느끼는 감각을 연구한 이론만도 여러 가지다.

이보다 더 과학적인 연구들도 많은데, 식품재료 오색밸런스 건강법을 창안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 영양전문가 게이코 스키모토에 따르면 ‘적(赤), 백(白), 황(黃), 녹(綠), 흑(黑)’ 이 다섯 가지 색깔의 음식을 매끼마다 섭취하게 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현대인의 생활 습관질환을 예방할수 있다고 한다. 식탁이 화려하면 할수록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지고, 특히 채소나 과일 고유의 색에는 파이토케미컬이라는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해 발암 억제, 면역력 증강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색에 대한 고객의 감성과 웰빙이 지배하는 시대적 트랜드를 자극하여 영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먼저 5?5 무지개 왕만두, 3?3 무지개 칼국수라는 독특한 메뉴로 스테디셀러인 칼국수에 강렬한 변신을 단행한 이곳은 시금치, 당근, 검정콩을 이용해 세가지 색, 세가지 맛을 내는 칼국수를 개발했다.

게다가 국화와 백년초까지 이용해 다섯가지 색깔로 왕만두를 예쁘게 메이크업시키고 조개, 멸치, 콩가루 등 23여가지 재료가 들어간 육수로 웰빙을 강조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 메뉴들과 각종 재료는 모두 특허출원을 신청한 상태이며 아울러 프랜차이즈 본사로서의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또 다른 칼국수집은 색감과 자연의 맛을 강조해 건강에 관심이 높은 고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푸른색을 띤 ‘녹차 국수’와 ‘쑥 국수’, 검은빛이 감도는 ‘다시마 국수’, 붉은색의 ‘백년초 국수’를 개발하고, 예전의 칼국수에는 시골 장터에서나 맛볼 수 있는 감칠맛 나는 이름인 ‘하얀 촌국수’라는 별명을 붙여주어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여름철 메뉴로 개발했던 ‘호박 냉칼국수’가 겨울철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 고정 메뉴로 등극했다고 하니 칼국수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진진하다.

이 업체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재료로 색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신선초, 쑥, 치커리 등으로 파란색을, 도라지, 더덕, 양파로 하얀색을, 석류, 백련초, 따릭 등으로는 빨강색을 검은콩, 흑미, 가지 등으로 검정색을 현미, 팥, 율무, 레몬 등으로 노란색을 만들어내 고운 색감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가 된다.

그야말로 오장육부에 이로운 오행의 기운이 몸속에 전해지는 완벽한 면발들은 주문시마다 그때그때 뽑아내는 정성을 더하고 닭고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넣어 특화한 국물까지 더한 칼국수들의 가격은 공통적으로 4천오백원으로 정성에 비해 너무나도 저렴하다.

평범 속에서 튀는 음식, 튀면서도 대중적인 음식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 고등어에 비린내를 없애주는 녹차와 함께 오가피, 루이보스, 키토산 등 영양성분을 함유시켜 평범을 거부하는 일명 ‘녹차 고등어’와 삽겹살을 된장박이 깻잎과 함께 먹는 깻잎 김치 대패 삼겹살과 같은 메뉴들은 색과 독특함으로 고객의 식욕을 자극해 그야말로 대박을 내고 있다.

음식의 색은 식욕을 돋우는데 큰 역할을 하므로 식재료가 모양새나 고유의 색을 잃게 되면 식감이 저하된다. 또한 어떤 색의 양념이 첨가되느냐에 따라 장식하는 식재료의 색이 달라지고 어떻게 담아내느냐, 어떤 색, 어떤 크기의 그릇이냐에 따라 식재료의 크기와 색깔과 재료도 달라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세심함을 잃지 않는 점주의 마음새가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