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1,000명보단 확실한 1명이 낫다

사장님, ○○○란 분께 전화가 왔는데 돌려드릴까요?"

"네? ○○○요? 그래요, 빨리 연결해주세요."

얼마 전 반가운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때 직장상사로 모시던 분인데, 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높은 직책에 오래 계셨고, 수하에 많은 임직원을 거느려 직장생활 때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하지만 원만한 대인관계 덕분에 그분 주변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떻게 보면 참 모범적인 스타일의 상사였다.

의례적인 인사 끝에 점심을 하기로 약속했다. 얼마 뒤 그 분을 만났고,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와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은 필자를 만나기 전 화사에 사직서를 냈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던 차에 먼저 독립했던 필자에게 도움을 구하고자 연락을 한 것이다. 요약하면 그분은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며 "주변에 소개할 만한 회사가 있으면 취업을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씁쓸한 사족(蛇足)도 붙었다. "직위와 급여에 크게 관심이 없으니 일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말을 보탰다. '얼마나 급했으면'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한때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고위직을 지낸 분이 일할 곳의 모양새까지 염두에 두지 않다니'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순간 또 다른 생각도 뇌리를 스쳤다. 그렇게 사람 좋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던 분이 왜 주변에 사람이 없어 오래 전 부하직원이 필자에게까지 연락을 했을까 궁금했다. 몇 사람 아니 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취업은커녕 창업까지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독립하는 순간 과거 동료 얼굴을 바꾼다

헤어지며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필자가 창업을 했던 10년 전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 회사에 필자가 알고 있는 직장동료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퇴직 후 동종업게에서 일하려는 필자에게 결정적인 힘이 돼줬던 한 사람만 생각났다. 창업 때 어려운 처지의 필자를 도와(?)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다 회사에서 눈총을 받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동료였다.

막 창업해 모든 게 어려울 시기에 그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의 나는 없었다'고 생각할 만큼 그 친구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캐나다에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 어려운 때에 두 팔을 걷고 도와준 그 친구를 평생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발이 넓고, 대인관계가 좋으며, 높은 직책에 있던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 창업을 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는 걸 자주 본다. 동종업계에서 창업하면 오랜 경험과 좋은 인간관계가 사업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은커녕 얼굴을 바꾸는 것을 봤을 때는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