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완전정복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업종’이 있다. 바로 미용실이다. 먹고 입는 업종도 꼭 필요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고, 때에 따라서는 미루거나 직접 만들어도 된다. 하지만 머리(hair)만큼은 때가되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용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최근 국세청 자료에서는 전국에 66,000개지만 업계 추산으로는 8만개에 이를 정도다. 국세청 자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인구 760명당 1개씩 있는 셈이어서 다른 자영업종에 비해 그 비율이 현저히 높다.

그 가운데 경기도가 가장 많은 15,200개로 전국 미용실 4개중 1개는 경기도에서 영업 중이며 특히 수원시는 1,656개로 720명당 1개나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미용실들이 실제로 돈은 벌고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하여 나이스상권정보서비스(www.nicebizmap.co.kr) 상권분석팀과 정밀분석을 해봤다. 그 결과 전국평균 미용실 당 월평균 매출은 718만원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상위 20%는 1,590만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하위 20%는 불과 121만원으로 당장 폐업해야 할 수준이다.

다시 시도별로 분석해 본 결과 가장 잘되는 곳은 역시 서울로 평균 960만원이었고, 다음이 경기도(760만원), 부산광역시(700만원) 순이며, 가장 저조한 지역은 경상북도와 강원도로 월평균 5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는 행정동 단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버는 상권을 분석해 본 결과, 1위는 99개의 미용실이 있는 서울 청담동이었고 점포당 3,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음으로는 안양시 범계동이 3,300만원, 강남구 압구정동이 3,200만원 순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미용실 평균 매출(718만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등을 제할 경우, 약 35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 그러나 창업하기까지 배워야 했던 비용과 기간, 투자비 등을 감안한다면 기술창업자가 번 돈 치고는 상당히 낮다.

여기서 ‘평균 매출’이라는 것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금액이어서 개인 창업자들은 이보다 훨씬 낮다. 실제로 미용실의 ‘평균매출구간’을 분석해 본 결과, 상위 15% 수준에 걸려 있었다.

평균매출구간이 상위로 갈수록 그 업종의 수익성이 낮고 경쟁이 심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더욱이 미용실도 갈수록 프랜차이즈화 되 가고 있는데다 대형화추세여서 개인 미용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나라 미용실의 프랜차이즈는 1970년에 등장했다. `이가자 헤어비스`가 1972년에 런칭(launching)한 것을 필두로 `박승철 헤어스투디오`(1983년), `이철헤어커커`(1988년) 등이 연이어 나타났다. 여기에 프랑스 브랜드 `쟈끄데상쥬`가 도입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90년대 들어 미용실은 남성고객을 대거 유인하면서 상당기간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실제로 남자들만 가는 이발소는 전국에 14,200개로 미용실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남녀성비가 비슷한 점을 감안할 때 남성의 상당 수가 이발소 대신 미용실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998년, 남성전용 미용실 `블루클럽`과 뒤이어 ‘나이스가이’ 등이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 미용실이 다시 뒷걸음질 한 것이다.

실제로 미용실 권리금은 올 7월 현재, 3.3㎡ 당 222만9천735원에서 133만7천298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40.2%나 내렸다.(점포라인 분석) 하락폭이 크다는 것은 과밀하다는 점 외에도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러 요인들이 불리해졌는데도 미용실 창업자들은 구태의연한 창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미용실은 입지업종 즉,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업종임에도 상권분석을 제대로 해서 창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미용카페나 재료상의 소개, 혹은 선후배의 가게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창업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상권분석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몇 가지만 예시해 본다. 미용실에는 월평균 180명이 왔다가고, 한 사람이 결재한 금액은 39,800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용요금은 지역별 편차가 크다. 서울 청담동의 경우는 1인당 평균 9만원(45%)을 쓰지만 신촌은 3만원(43%)을 쓴다.

즉, 입지에 따라서 고객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기술수준에 맞는 입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려면 고객 분석을 필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표적인 상권인 청담동과 신촌을 좀 더 깊이 분석한 결과, 고객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점은 두 군데 모두 비슷했다. 하지만 연령대가 청담동은 30대~50대까지 고루 나타나는 반면에 신촌은 20대 후반~30대 초반까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고객 분석은 단지 가격정책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용실은 특성상 생활밀착형 업종이기 때문에 거주인구에 대한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 시장규모가 결정되고, 이 결과를 토대로 밀집도를 분석한 다음, 다른 미용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고를 작성 중에 여성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연간 미용실을 찾는 횟수와 지불비용’ 등 두 가지 질문을 올렸다.

그림에서 보듯이 거주지역마다, 혹은 연령대마다 연간 미용횟수와 수용 가격대가 다르다는 점을 말해준다.

오픈시점도 어느 때가 적절한지 상권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보통의 자영업종들은 3월 신학기와 여름 휴가철이 저조한데 미용실은 거꾸로 3월 매출이 연중최고치로 나타났고, 7~8월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신학기에 새내기 학생들이 머리모양을 바꾸기 때문인 것 같고, 7~8월에는 여름철에 멋낼 수 있는 패션이 헤어스타일에 있기 때문이다. 즉, 성수기 전에 오픈하는 것이 고객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창업하려면 어느 지역이 가장 유리할까? 서울의 경우,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매출액이나 매출증가율이 높은 지역인 서대문구, 마포구 동작구 등을 추천하며, 지방 동(洞) 단위로는 안양 범계동, 부산 광복동, 청주 성안동 등이 유망입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