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CEO가 성공하는 이유…더 큰 목표 실천의지 강해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기업 GE(제너럴일렉트릭)를 이끈 잭 웰치 전 회장은 지난 63년 자신이 맡았던 매사추세츠 피츠필드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 ‘애플’사를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고용한 CEO로부터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그 이유로 ‘자아효능감(Self-efficacy, 잠깐용어 참조)’을 꼽았다.

자아효능감이란 목표달성에 필요한 자기능력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자아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남들보다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고 목표도 높이 세운다. 또한 과제에 몰두하며 성공을 자신한다.

김정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아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전반적 이미지만 아는 사람보다 특정 과제 수행능력이 더 높다”고 말한다. 막연하게 어휘능력이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보다 프레젠테이션에 강하다고 믿는 사람이 실제 프레젠테이션에서 강점을 보인단 얘기다. 김정오 교수는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 같은 인물은 실패를 경험한 후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자아효능감’을 더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 70년대 자아효능감을 이론화한 알버트 반두라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아효능감이 자신감과 자부심 등 긍정적 사고와 연결된다면 특정 작업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단언한다.

반두라 교수는 지난 80년대 ‘비즈니스 리더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자아효능감’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실험은 MBA를 졸업한 학생들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A그룹에는 가상조직관리를 위해 필요한 그들의 타고난 능력을 측정한다고 알렸다. B그룹에는 가상조직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 습득능력을 측정한다고 알렸다.

반두라 교수는 목표성과 달성을 가능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실험대상자들이 작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배분가능하도록 지시했다. 목표성과는 실험대상자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달성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되도록 높게 잡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수 있다고 믿은 A그룹은 자아효능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들의 분석적 사고는 B그룹에 비해 조직적이었고 관리조직의 생산력도 높았다.

반면 천부적 능력이 조직에 맞춰져야 한다고 믿은 B그룹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한계 상황에서 그들이 내린 결정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조직을 위한 야망도 쉽게 꺾였다.

반두라 교수는 실험을 통해 “성과요구 시대에 자아효능감을 믿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실수하더라도 감싸줘야

그렇다면 자아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이클 본 존슨컨트롤스사 매니저는 △탄탄한 트랙레코드(실적) △자신과 견줄 만한 성공한 라이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리더 등 3가지 능력을 갖춘 기업에서 자아효능감이 높은 CEO가 탄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드윈 로크 메릴랜드대 명예교수는 “특히 긍정적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잭 웰치 전 GE 회장을 꼽았다. 잭 웰치가 맡았던 공장이 폭발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음에도 GE 임직원들은 그를 문책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사고로부터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라고 지시했다. 잭 웰치는 공장폭발 사고로 자신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지만 용기를 북돋아준 임원진 덕분에 자신감을 회복했고, 인재개발과 관리 중요성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비즈니스위크는 “누군가 실패했을 때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자신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