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경험이 창업 자산이다 - 이현구 까사미아 사장

창업 당시 까사미아는 소품 위주의 구멍가게 수준인 7평짜리 매장에서 출발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서울의 강남과 수도권의 신도시, 부산 등지에 300평 안팎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표방하는 대형 직영 매장 14개를 가진 업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70여 대리점 체제까지 구축하고 18만명의 회원까지 둔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창업 열풍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직장에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사업을 일구려고 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 역시 1980년대에 이미 투잡스(two jobs)를 경험했고 직장을 다니다가 창업을 한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요즘 유행하는 투잡스의 대선배이기도 하다. 그런 선배 입장에서 볼 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을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창업을 하거나 독립을 꿈꿀수록 현재의 직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가장 좋은 훈련장이다. 여기서 충분히 연습할수록 창업 실패의 위험이 줄어든다.

82년 겨울, 압구정동 금강상가의 조그마한 가게에서 부업 삼아 연 것이 까사미아의 출발이었다. 10년간 다니던 대기업에서 받은 퇴직금은 창업하는 데 중요한 자본금이 됐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체험한 경영수업은 퇴직금보다 더 큰 보탬이 됐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배운 기회가 내게는 큰 재산이었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 흐름에 대한 냉철하고도 과학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직장에서 배웠다. 창업 시 구멍가게 수준에서도 그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지금까지 큰 성과를 얻고 있다.

까사미아는 자금을 월말에 몰아서 집행하지 않는다. 월말에 몰리는 지출을 주 단위로 전환했다. 당연히 수금도 주 단위로 바꿨다. 그리고 지출일 하루 전을 수금날로 했다. 그렇게 하니 자금 흐름이 순조로워졌다. 이렇게 하면 혹시 일시 부족한 자금이 생기더라도 작은 액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회사는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긍지와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나는 직장에서 배웠고 이를 실천했다. 창업 초 식구라야 점원 3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 3명을 놓고 아침에 매번 조회를 열어 훈시를 했다.

7평짜리 작은 매장이지만 기업으로서의 모양새는 갖췄다. 형식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직장은 직장다운 느낌이 나야 한다. 작다고 사장이나 종업원이나 긴장감을 가지지 못하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종업원 300명 규모의 기업이 된 지금도 세명 직원, 열명 직원끼리 했던 조회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마지막으로 현장경영의 진수를 배웠다. 내가 몸담았던 직장은 섬유회사인데 여기에 회장이 1년에 한번씩 왔다. 회장은 지방에 있는 공장에 오면 반드시 직원들 기숙사·식당·정원 그리고 공장을 차례대로 방문했다.

직원들이 자고, 먹고, 쉬는 곳이 가장 우선이고 공장은 그 다음이었다. 큰 그룹의 회장도 일일이 공장을 방문해 점검하는 것을 보며 나는 현장경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도 수시로 매장을 방문하고 작은 것도 직접 점검한다.

우리 회사가 작은 회사임에도 지금까지 성장한 것은 직장에서 겪었던 소중한 경험이 자산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회사보다 자기 사업을 원하는 사람일수록 지금 있는 직장에 충실하라고 권하고 싶다. 하찮게 보는 지금의 직장도 어쩌면 자신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 이미 와 있는 기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