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있으면 男부럽지 않아요" 주부 CEO의 도전기

우먼파워! 여성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우리 주변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도구들이 거의 남성에 의해 발명됐다는 이유로 발명가하면 많은 사람들이 으레 남성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작지만 꼭 필요하고 섬세한 제품들을 개발하는 여성 발명가들이 최근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 아이디어를 무기로 주부들의 오랜 고민을 해결해주는 '여성 에디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무기로 주부에서 이젠 어엿한 사업가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3명의 주부 발명가가 있어 화제다.

줄어든 머리 숱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찾아주고 싶어 부분가발 제품을 개발했다는 씨크릿우먼의 김영휴 대표. 여성들이 많이 찾는 찜질방 등에서 머릿결 손상 걱정을 덜어주는 제품 개발에 성공한 에스엔디트리캡의 황지경 대표. 한국사회 인맥관리의 중요성에 착안해 명함자동정리기를 만들어낸 한국인식기술의 송은숙 대표가 바로 3색 여성 CEO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주부만의 끈기를 토대로 깐깐하기로 소문난 한국 아줌마들로부터 환영받는 여성 발명가이자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 "여자 마음은 여자가 알죠" 김영휴 대표

한때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는 TV속 아줌마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아줌마가 되면 왜 다 똑같은 머리스타일을 하는 걸까?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조차 한번쯤은 가져봄직한 의문이었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 역시 아줌마 파마를 한 여느 주부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이유는 다름아닌 머리숱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머리숱이 자연스레 줄게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풍성해 보이는 파마를 택하는 것.

출산 후 탈모를 겪은 김 대표는 시중에 판매되는 헤어 아이템을 구입해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맞게 교정하고 가발에 머리핀을 부착해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신만의 부분 가발에 대한 주변의 찬탄에 소비자들 니즈를 확인한 김 대표는 관련 제품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하며 평범한 주부에서 기업 대표로 변신했다.

김 대표의 좌우명은 '되는 일의 속성은 힘이 든다'다. 인력관리와 자금동원, 아이템 개발과 관리 등에 경험이 전무했던 김 대표는 초기 창업과정은 물론 유통과 마케팅에서도 숱한 난관을 겪었지만 '힘이 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일념하에 꾿꾿히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는 또 "국내 여성들에게 사랑받은 아이템은 세계 여성들에게서도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며 "브랜드화에 대한 같은 목적을 가진 파트너들과 손잡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싶다"고 향후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가 이끄는 씨크릿우먼은 지난 2001년 6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32억원의 매출달성을 이루고 올해에는 매출 목표치를 5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 "주부라서 가능했죠" 황지경 대표

머리에 영양을 공급을 할 수 있는 헤어캡을 발명해 제품화에 성공한 에스엔디트리캡 황지경 대표는 주부모니터 활동을 하며 제품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황 대표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생활 속의 아주 우연한 계기 때문. 찜질방에서 중년 주부들이 한증막이나 불가마에 들어갈 때 머리카락 손상을 우려해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는 것을 보고 찜질방용 전용 헤어캡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에스엔디트리캡의 주요 제품은 사우나와 찜질방 등에서 사용하는 헤어캡으로 착용만으로 모발에 트리트먼트 크림을 공급하는 동시에 뜨거운 열기로부터 머릿결을 보호해준다.

찜질방 등에서 사우나를 즐기거나 가정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동시에 모발을 관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인 것. 최근에는 약쑥 패드를 탈부착해 좌욕효과를 내는 찜질방용 팬티도 개발해 전용캡과 함께 세트화에 성공했다.

지난 2001년부터 롯데리아와 LG생활건강 등에서 주부 모니터링 활동을 했던 황 대표는 헤어캡 사업성을 진작 알아봤지만 주부 입장에서 창업전선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5년의 망설임 끝에 특허를 내고 제품화에 성공한 황 대표는 2006년 에스앤디트리캡 회사를 설립하고 현재 국내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지에도 제품을 수출중이다.

황 대표는 "헤어캡은 주변 일상에서 참 필요한 제품인데 당시에는 상품화가 된 곳이 없었다"며 "2년 전 한살이라도 더 나이먹기 전에 헤어 관련 사업을 꼭 해보고 싶어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이끄는 에스앤디트리캡은 제품을 고급화해 국내 호텔 객실과 고급 사우나, 피트니스 센트 등에도 납품중이다. 올 가을에는 홍콩 박람회에도 헤어캡 제품을 런칭할 계획이다.

# "인맥관리가 성공 키워드" 송은숙 대표

평범한 초등학교 여교사였던 한국인식기술 송은숙 대표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과 후임대표의 사기로 인해 직접 경영전선에 뛰어든 케이스다.

송 대표가 구상한 사업은 인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아이템 개발.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대외 인맥관리라 할 수 있는데 직장인의 대다수가 인맥관리의 기본인 명함정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만만찮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명함 관리를 자동으로 처리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송 대표는 수년의 시간 끝에 명함자동정리기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인식기술이 개발한 '명함자동정리기 하이네임'은 명함을 복사하듯 스캔이미지로 저장했다가 파일로 변환해 개인정보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명함정리기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크게 어필했고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23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한국인식기술은 올해 매출액이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은 물론 영어와 중국어, 일어, 유럽어, 라틴어 등 무려 17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는 명함인식기까지 개발에 성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