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하는 CEO들

창업자들 스스로 자신의 기업이란 무대에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두고 ‘롱런하는 CEO'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동안 자신의 기업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창업자들이 있다. 다행히 창업자가 고른 전문경영인이 기대 이상으로 회사를 이끌어 가는 행운을 가질 수 있다면, 깔끔하게 모든 것을 넘기고 자신의 또 다른 인생을 개척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임명된 전문경영인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올린다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롱런하는 CEO'라는 직함을 계속 수행할 수 밖에 없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 회장은 올해 69세다. 1964년 단돈 600달러의 자본금으로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 리본 스포츠’사를 창업하고 2004년 은퇴까지 열정적으로 나이키에 경영에 몰입해 왔다. 그는 세계적인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과 달린 모임이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2004년 12월 나이트 회장이 가정용 상품을 생산하는 S.C. 존슨 & 선에서 성공적인 기록을 만들어 온 윌리엄 페레즈를 후임자로 선택하였을 때 모든 사람들은 그의 은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물론 이후 그는 이사회 의장 자리는 계속 유지해 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불과 13개월이 지난 2006년 1월 23일, 필 나이트는 페레즈를 경질하게 됨으로써 완전한 은퇴를 위한 나이트의 시나리오에 문제가 발생하였음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 혹은 나이키 사 내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속속들이 알수는 없지만, 필 나이트의 기대와 신임 CEO 페리즈의 선택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필 나이트 회장은 컨버스(Coverse)와 같은 브랜드를 흡수하거나 사업 범위를 급속히 세계화하면서 성장해 온 나이키 사 내부에 조직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에서 변화나 원칙을 자리 잡도록 하는데 페레즈의 역할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페레즈는 “내가 운용하는 방식과 필 회장이 회사를 운영해 온 방식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격이 있었다”는 말로서 두 사람 사이에 기업 경영의 운영 방식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뚜렷하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이는 두 사람이 종사해 온 산업의 특성 차이에서 비롯되는 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 필 나이트 회장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와의 결별을 알리기 위해 월가의 투자가들과 주요 언론인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필 나이트 회장은 “문화적인 격차가 정말 컸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 나이트 회장은 갑자기 이루어진 결정이 아니고 “일 년 동안 사소한 견해 차이가 계속 쌓여온 결과였다”라고 강조한 바가 있다.

나이트 회장이 선택한 다른 대안은 공동CEO제이다. 두 사람 모두 필 나이트가 후임자를 결정하기 위해 내부와 외부에서 적임자를 고를 때 치열하게 페레즈와 경쟁하였던 인물들로 50세의 마크 파크와 49세의 찰리 덴슨이다. 특히 페레즈 대신에 이사회 멤버 자리를 차지하는 파크는 1979년에 나이키에 입사한 이후 창업자 필 나이트 회장과 호흡을 가장 잘 맞추어 온 인물로 꼽힌다.

나이트 회장은 67세가 되던 해에 자기 나름의 대 변신을 시도하였다. 이는 자신이 없는 나이키가 가능하도록 하는 전환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불려 들여서 나이키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첫 번째 시도는 실패하였다. 이에 대해서 필 나이트 회장은 “페레즈의 스타일과 전략의 차이가 나이키로 하여금 단지 80% 정도의 효율성을 발휘하게 하였을 뿐이다”고 지적할 정도로 리더십의 격차가 있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정작 월스트리스 애널리스트의 걱정은 나이를 먹은 창업자가 진심으로 물러날 수 있는 가라는 점과 동시에 나이키가 홀로 가도록 인정할 수 있는 가라는 점이다. ‘결코 혼자 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Never Walk Alone?)’라는 우려를 더한 사건이지만, 리더 교체 이후에 지금까지 나이키는 순항하고 있다.

‘롱런하는 CEO'의 진면목은 계속해서 자신의 가치를 성과로 입증해 보이는 사람들을 들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을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발 나델리를 들 수 있다. 밥 나델리는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GE 출신이며, 잭 웰치의 후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훗날 3M과 보잉사의 CEO가 되는 짐 맥너니와 더불어 현 GE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와 경쟁하였던 인물이기도 하다. 제프리 이멜트가 회장에 선택됨으로써 밥 나델리는 홈디포의 CEO로 스카웃되어 GE를 떠나게 된다.

홈디포에서 그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주가라는 면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GE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홈 디포를 정상화 시키는데 기여를 하게 된다. 분권주의로 인해서 경영의 비효율 문제가 심각하였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한 밥 나델리는 점포 위주로 운영되던 구매 부문을 중앙 구매 부서로 통합하여 규모의 이익을 실현함으로써 지나친 분권화의 부작용을 겪고 있던 홈 디포의 경영성과를 호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가 꽤 괜찮은 성적표에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챙겼다는 이유로 주주 및 이사회와의 관계기 악화됨으로 홈 디포 임기의 절반을 채우고 떠나게 된다. 하지만 곧바로 그는 위기에 처한 크라이슬러의 구원투수로 임명받게 된다. 새로운 산업에서 그가 얼마나 선전할지를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의 능력에 큰 비중을 두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그가 새로운 시장에서 능력을 입중해 보일 것에 믿음을 갖고 있다.

여기서 두 명의 롱런 경우를 살펴보았다. 하나는 창업자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경영인의 경우다. 창업자의 롱런은 개인적인 면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회사의 성장이란 면에서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갖고 있다. 제대로 된 후계자를 선택하고 적시에 떠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전문경영인의 롱런은 계속해서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성과가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