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차우”, 진책 사장의 성공 코드

대기업과 법정소송 끝에 얻은 성취감

가슴 깊은 곳에서 그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통지서를 받아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정시켜 보려 하나 잘되지 않는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로 눈을 감았다. 당연히 받게 될 통지서였지만 막상 수중에 들어오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 통지서를 받기 위해 가슴 졸이던 지난 4년여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갑자기 터지는 웃음소리. 웃음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그것은 진정 오랜만에 느껴보는 환희였다.

“성취감이었습니다. 가장 힘든 싸움을 이겨낸 전사만이 느낄 수 있었던 성취감이 무럭무럭 몸 안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습니다.”

지난 2월 진잭 사장은 특허청으로부터 한 장의 통지서를 받았다. 상표등록을 허가한다는 통지서였다. 이 통지서를 앞에 두고 그는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주)JJ케터링을 운영하는 진잭 사장은 지난 2001년6월 특허청에 <미스터 차우>를 서비스 표로 출원했다. 이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2년 1월 동양그룹 계열사인 라이즈온은 미국의 중식 프랜차이즈인 <미스터 차우>라는 동일한 서비스 표를 특허청에 출원하면서 상표권 분쟁이 불거졌다.

당시 라이즈온이 서울점 개점을 준비 중이던 ‘미스터 차우’는 중국 상하이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마이클 차우가 1968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미국 비버리힐스 뉴욕 등지에 문을 열면서 유명세를 얻은 상하이식 중국 레스토랑이었다.

이후 몇 차례의 공방전 끝에 최종적으로 진 사장이 <미스터 차우>상표등록관련 법정소송에서 승리한 것이다.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다윗인 진잭 사장이 골리엇인 동양그룹에 완승한 사건은 외식업계의 최대 이슈가 됐다. 더구나 동양그룹의 변호인단이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김 앤 장’인 점을 고려하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이 소송결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의 말로 평가해보자.

“법정소송 과정은 사업역정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고, 결정문을 받은 순간은 가장 환희의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미스터 차우>가 중단했던 사업을 마음대로 벌일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와 사실, 사실과 문제

“위대한 평화의 중재자로서 역사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 밖에 없었던 네빌 챔벌린은 계속해서 사실을 날조했다. 나는 이 같은 무시무시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정부를 채근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적절히 대응만 했다면 많은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전쟁을 막을 수 있었으리라.”

2차 세계대전당시 영국의 처칠이 당시 내각을 이끌고 있었던 네빌 챔벌린을 두고 한 말이다. 네빌 챔벌린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역사의 패자로 기억되는 이유다. 반면 처칠은 사실과 문제를 분리해 봄으로써 제 2차 세계 대전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사실과 문제, 문제와 사실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어떠한 힘을 가해도 그 벌어진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사실과 문제는 차원이 다른 영역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고, 문제는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비가 온다고 치자. 승자는 비가 오는 것은 사실이며, 우산을 준비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 패자는 명백히 비가 내리는 데도 비가 오지 않고, 설사 오더라도 금방 그칠 것이라며 우산을 준비하지 않는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보다.

사실을 무시하고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면 결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재앙만 불러올 뿐이다.

문제와 사실을 분리하는 것은 승자의 용어요, 문제와 사실을 분리하지 않는 것은 패자의 용어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절대 정직이다. 문제와 사실을 분리해 보는 것은 최악의 결점까지도 인정하는 절대 정직과 깊은 연관이 있다.

홍콩식 레스토랑 <미스터 차우>를 이끌고 있는 진잭 사장의 성공코드는 ‘문제와 사실’의 분리다.

그의 성공은 진정 꿈과 희망의 증거이다. 최상류층을 살다가 최하층으로 떨어지는 절망을 맛보고,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일어서는 그 놀라운 승부는 바로 ‘문제와 사실’을 분리하는 올바른 현실인식에서 시작됐다.

그가 말하는 문제와 사실, 성취감, 그리고 도전이라는 단어를 갖고 그의 인생을 추적해보자.

돈이 오지 않는다

석양 무렵의 국도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벌판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만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적지에 홀로 내팽개쳤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채 그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돈이 오지 않았다. 그런지가 벌써 서너 달이 흘렀다. 중 3학년때인 1960년대 말 미국유학길에 오른 이후 이번일은 처음이었다. 그는 직감했다. 아버지 사업이 산산조각이 난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애써 사실을 무시하려 했었다.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공포감이 몰려 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돈에 대해 전혀 아쉬움이 없이 살아왔던 그가 무일푼 신세가 됐다는 것 이상 무서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가 차라리 보통집안의 자손이었다면 그런 공포감은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는 크라운맥주 (현 하이트맥주) 창업자였다. 그의 부친 진성윤씨는 창업 직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회사를 현재의 박문덕 회장에게 넘겨야만 했다. 회사를 넘긴 이후에도 그의 집안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그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3학년 때인 1975년부터 집에서 송금이 끊긴 것이다.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사실을 인정해야만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사실은 그가 무일푼이며,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장 자신의 힘으로 학비를 조달하고, 쓰러진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당위였다.

‘누군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애원하지 마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가 오하이오 벌판에서 소리쳐 얻은 결론이다.

야채배달로 세상에 뛰어들다

돈을 버는 방법은 자본금의 유무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눠진다. 돈이 없을 때는 자신의 힘으로 즉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조금 돈이 모아지면 자신의 머리를 활용해 벌어야하고, 돈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남의 힘을 빌려서 큰 돈을 모아야 한다.

대학 졸업 후 그가 선택한 것은 당연히 첫 번째 단계. 육체노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었다. 그는 먼저 당시 오하이오주에 분포돼 있는 400여 한국가구에 주목했다. 이들 한국 가구는 한국음식을 맘껏 만들어 먹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하이오에는 배추 콩나물 등을 파는 동양식품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사장이 선택한 일은 야채배달업. 한국가정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23시간이 걸리는 시카고에 가서 한꺼번에 장을 봐오는 대행업에 손을 댔다.

“출발이 좋았습니다.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몸은 고되었지만 돈은 어느 정도 벌었지요.”

한 2년 넘게 했을까. 진사장의 마음 구석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국 사람은 주류가 아니다. 주류를 상대하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

한국 사람들을 상대로 한 사업에는 한계가 뻔히 보였단다. 이 같은 단순한 이유로 그는 호황을 이루는 동양식품점 사업은 간단히 접었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데 수준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정리된 말은 실행에 옮기기 쉽다.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노력의 성과를 보는 것도, 사업의 발전도 가능해진다.

1980년대 초 그는 홀홀 단신 뉴욕으로 건너갔다.

뉴욕으로 건너가다

“탁 트인 세상으로 나가면 생각의 폭이 넓어질까 해서요.”

진 사장에게 뉴욕은 바로 넓은 세상이었다.

뉴욕 중심가에 이탈리아 수입패션 멀티숍 ‘카퍼필드’를 열었다. 주 아이템은 이탈리아의 옷과 신발. 아르마니 빨질레리 등의 브랜드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던 1980년대 초 그는 순전히 자신의 감각으로만 패션물을 사고팔았다. 한때 영화배우를 꿈꾸었던 그의 톡톡 튀는 감각이 뉴요커들의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이일도 2,3년 했을까. 예의 도전의식이 꿈틀거렸다. 이번에는 식당이었다.

예전 이탈리아 여행도중 볼로냐에서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파스타를 기억해냈다. 그는 즉각 이탈리아로 건너가 그 식당의 주방장을 스카우트했다.

주저할 것 없이 뉴욕 중심부 다우존스 빌딩 1층에 이탈리아 식당 150평 규모의 ‘잭스 플레이스’를 열었다. 그곳은 월가의 중심. 황인종이 백인들의 심장부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1986년의 일이다.

‘잭스 플레이스’는 3호점가지 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월가 새내기들 금융인들 사이에서 ‘잭스 플레이스’ 가보는 게 소원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고급 레스토랑 평판을 얻었다는 게 진 사장 설명이다. 항상 식당 안은 사람들로 들끓었다. 식당은 일약 월가의 명소로 떠올랐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케터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건 스탠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월가의 대표적인 200여 금융회사에 단체급식을 제공했다. 미국 그중에서도 심장부인 월가에서의 사업은 환상적인 일이었다.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미국인, 그것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사업에서 명성을 얻은 데 그의 성취감은 대단했다.

국내로 돌아오다

성공에의 디딤돌은 바로 욕망이다. 욕망은 인간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시키며, 힘든 장애를 극복하도록 만든다. 또 욕망은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하게 한다. 그가 돌연 귀국하게 된 것은 이 욕망이 부채질 한 것이었다.

귀국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잠시 방문한 고국. 수십 년 만에 밟아본 고국이 그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픈 욕망이 확 인 것이다. 그 욕망이 타당한지를 두고 고심하며 탐색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해나가기를 수십 차례. 우문현답(愚問賢答), 현문우답(賢問愚答)을 번갈아가면서 그는 고심을 거듭했다. 고심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도전이라는 단어였다.

“인생은 챌린저입니다.”

한국에 돌아온 것은 90년 초의 일이다. 영구귀국에 앞서 망설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결심이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성공한 사람은 재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여간해서는 그것을 변경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한 사람은 천천히 결단을 내리고 사소한 일에도 그것을 변경한다. 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재빠른 결단력이다.

한국에서의 첫 사업은 1992년에 문을 연 서울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 내 구두 멀티숍 ‘잭스컬렉션’. 40만∼50만 원대 고가 구두였지만 없어서 못 팔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손댄 사업은 단체급식. 케터링이라는 사업 분야가 국내에 막 태동이 되기 시작할 무렵인 1994년에 단체급식사업체 ‘JJ케터링’을 설립했다. 케터링 사업은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 고위층등 인맥이 필요한 사업이다. 한국에 인맥이 없었던 그로서는 초기 사업을 전개하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법.

그는 이를 문제와 사실을 분리해서 난관을 극복한다. 문제는 인맥이 없다는 것. 이는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사업가이셨던 아버님의 친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업에서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 보다 누구를 알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JJ케터링’은 현재 롯데백화점 애경백화점 외국인학교 등의 단체급식을 담당하면서 하루에 공급하는 양만해도 5만 여 끼에 달하는 대형 회사로 성장했다.

케터링 사업은 그러나 밝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자 한국 대기업 특유의 시장잠식이 시작됐다. 이듬해인 1995년부터 대기업들이 잇따라 케터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잭스 컬렉션’ 관련 사업에도 유수 대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랐다.

“그냥 뛰어들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심지어 ‘잭스 컬렉션’ 관련해서는 제가 수입해오는 브랜드관계자를 찾아가 그쪽과 거래를 끊고 내게 독점권을 주면 지금 마진의 2배 이상을 주겠다는 식의 제의를 하는 것도 다반사였고요.”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의가 밀려들더라고요.”

케터링 사업은 친형에게 경영을 맡기고 그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동서양이 만나는 접점에 <미스터 차우>를 세우다

<미스터 차우> 탄생은 뉴욕 월가에서 ‘잭스플레이스’를 열 때와 상황은 같았다.

“홍콩의 한 식당에서 맛본 홍콩식 바비큐가 너무 맛있어요. 주방 앞 창가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큼지막한 오리구이는 특히 저를 유혹했지요.”

즉각 주방장을 스카우트했다. 약 30년간 홍콩 본토에서 바비큐 요리만 전문으로 요리해온 주방장의 성이 ‘차우시만’씨. 그 성씨를 따서 만든 게 <미스터 차우>다.

“홍콩 음식은 만드는데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오리바비큐 요리만 해도 6시간 이상의 수작업이 필요합니다. 투입되는 노력과 정성에 비해 수익은 적다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바로 여기에 제가 선택한 맥이 있습니다. 바로바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탈리아 식당, 프랑스 식당은 대기업이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지만 홍콩 식당만은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입니다.”

2001년10월 서울 방이점을 시작으로 <미스터 차우>는 외식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홍콩식 바비큐 요리 전문점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국적인 맛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미스터 차우>는 1호점을 낸지 7개월만인 2002년 6월 광화문 중심가 코리아나 호텔에 2호점을 개관하여 이전했다. 2005년 1월에는 서울 압구정동에 3호점을 열었다. 특히 코리아나 호텔과 압구정 직영점은 음식의 명소로 부각되는 등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스터 차우>의 음식은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담백한 오리, 돼지고기 바비큐 요리와 쌀 국수를 가늘게 뽑아 튀겨낸 누들요리 등 홍콩의 전문 요리사의 손을 거쳐 본토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장면이 없다는 것도 여타 중국집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미스터 차우>는 전통적인 중국집이 아닙니다. 뉴욕이라는 웨스턴스타일을 가미한 중국음식입니다. 동서양 음식이 만나는 접점에 <미스터 차우>가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용인불의(用人不疑)

리더는 스스로가 뛰어나다는 점을 굳이 입증하려 할 필요가 없다. 유능한 부하들과 일한다는 것 자체가 뛰어난 리더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부 리더들은 전문가를 의심하고 경솔하게 반대 의견을 믿는다. 사람을 쓰면서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역사서 송사(宋史)에 나오는 경구 용인불의(用人不疑,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진사장의 사업전개과정에서 두드러진 대목이 있다. 김남규 부사장을 비롯, 임원진에 대한 그의 신임이 두텁다는 것이다. 진사장이 이들을 가족처럼 대하며,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처음에는 생소함마저 느꼈다.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선택하면 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합니다.”

홍콩패밀리 레스토랑 <미스터 차우>는 소송승소를 계기로 <미스터 차우 주니어>, <미스터 차우 익스프레스>를 새롭게 런칭한다. 이 브랜드들은 <미스터 차우>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요리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신개념의 레스토랑이다. 주니어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미스터차우>의 지역밀착형 소규모 홍콩 패밀리 레스토랑이며, 익스프레스는 테이크아웃 전문 레스토랑이다.

해외시장도 올해 중 개척할 예정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은 김남규 부사장에게 맡기고 그는 최근 동남아 시장을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법정소송이 가져다준 행운

지미 카터 대통령시절인 지난 1970년대 말 미국 광고업계의 에피소드. 청바지 업체 캘빈 클라인이 자사광고에서 당시 떠오르는 영화계의 샛별 부록 실즈의 엉덩이를 반쯤 벗기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외설이냐 아니다’로 미국 전역의 언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논란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캘빈 클라인이 광고를 내렸기 때문. 이유는 단 한 가지. 논쟁이 벌어지면서 홍보효과를 만끽한 캘빈 클라인으로서는 더 이상 광고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스터 차우> 상표 분쟁은 캘빈클라인 광고 못지않은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대기업을 패소시키면서 수백억 원의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할 홍보효과를 누렸다. 마케팅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입소문 마케팅.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은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 즉 입소문밖에 없다.

상표분쟁을 통해 대중적인 것을 지향하던 국내 <미스터 차우>는 세계적인 고급 레스토랑으로 부각됐다. 소비자에게 풍부한 감성을 유발하는 홍콩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명확한 브랜드 컨셉트가 설정된 것이다. 브랜드와 브랜드 스토리를 아주 세심하게 가꾸는 기업은 마케팅 전쟁에서 이미 절반 쯤 승리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다. 뛰어난 이야기를 가진 기업이 승리한다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다.

<미스터 차우>만의 포지셔녕은 바로 이 같은 홍보효과에서 비롯된다. 세계적인 고급음식을 대중적인 가격에 서비스한다는 포지셔닝이 자연스레 설정됐다. 이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간에 법정소송이 가져다준 행운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기네스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 이들 기업에게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그 특별한 것이야말로 포지셔닝의 결정판이다. <미스터 차우>에게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음식과 패션

음식과 패션은 그의 사업영역을 가르는 양축이다. 야채배달로 사회에 뛰어든 이래 그는 줄곧 음식과 패션으로 자신의 삶을 확장시켜왔다. 앞으로 전개될 사업영역도 물론 음식과 패션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분야가 자신의 적성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업 분야는 칼라를 중시하고, 대상이 사람이며,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등 공통사항이 있지요.”

음식과 패션사업의 키워드는 무엇보다 변화다.

“패션산업의 성패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달려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은 외식업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이와 함께 패션에서 중시하는 센스 속도 등은 그대로 외식업에도 적용되지요. 특히 패션의 ‘섹시하다’라는 말과 음식의 섹시한 맛은 동격입니다.”

또다시 문제와 사실, 사실과 문제

인간의 5단계 욕구 중 가장 상위개념이 자아실현 욕구다. 성취감이라 부를 수 있는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정조건이 필요하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이와 관련,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정직하고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우리 시대 경제 석학 피터 드러커는 이 같은 절대 정직을 리더의 지성적 정직이라 불렀다. 또한 GE의 전설적인 CEO였던 잭 웰치는 이것을 현실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문제나 어려움에 대해 무엇이 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와 별반 다른 말이 아니다.

‘문제와 사실, 사실과 문제’를 똑바로 본다는 것은 또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비참한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보통의 용기를 갖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누구든 상황이 좋지 않거나 실망스러우면 현실을 직시하려 들지 않는다. 꾸며진 현실을 보고 싶어 한다는 면에서는 누구든 쉽게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하루아침에 귀공자에서 부랑자로 전락한 대학생 진잭, 미국 오하이오 벌판에서 홀로 내팽개쳤다는 공포감에 사로 잡혀버린 젊은이가 어떻게 승자대열에 합류 했는지를 추적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챌린저를 위해

그가 즐겨 쓰는 단어는 챌린저(도전)다. 도전이 없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전은 항상 그를 따라 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 그에게서 편안함은 덫이다. 편안한 삶에 익숙해지면 사회의 강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항상 익숙하지 않은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

미국과 한국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진 사장. 그에게 성공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다음 사업을 시작해야죠. 성공은 최종목표가 아닌가 봅니다.”

그렇다면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놓고 나니 필자도 그 대답이 궁금해진다. 몇 번의 만남 속에서 그것을 캐치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자신도 모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종착역이 보이는 도전은 진잭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가장 큰 위험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낮게 잡고서 성공하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말이다.